새정치민주연합이 4ㆍ29 재ㆍ보선 전패 충격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성완종 리스트라는 대형 호재에도 광주 텃밭과 27년 아성 서울 관악을까지 내줬으니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전체 민심을 가늠하기 어려운 소규모 재보선이라고는 하나 제1야당의 존재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위기상황임이 분명해졌다. 뼈를 깎는 자기반성과 성찰을 통해 거듭나지 않고서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헤쳐나가기 어렵다는 것은 자명하다.
재ㆍ보선 참패 책임은 1차적으로 문재인 대표의 몫이다. 그는 어제 당 고위정책회의에 참석해 누구를 탓할 것도 없이 자신의 부족함을 깊이 성찰하겠다고 했다. 절체절명의 각오로 다시 시작하겠으며,“더 크게 개혁하고 더 크게 통합하여 더 유능한 정당으로 거듭나 국민의 삶을 지키겠다”고도 했다. 사퇴 등 거취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지만 선거 패배에 자신의 책임을 심각하게 인정하고 개혁과 통합에 박차를 가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고심 어린 다짐이다.
과거처럼 재ㆍ보선 패배 후 당 대표가 으레 사퇴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 문 대표체제가 출범한 지 3개월 만에 사퇴하고 또 비대위 체제가 들어선다고 무슨 뾰족한 수가 나올 리도 만무하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향도 없이 개혁과 통합을 다짐하고 대여 강공으로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드러내놓고 주장하지는 않지만 당내에서는 언제든지 문 대표 사퇴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몇 마디 자성의 말과 다짐으로 적당히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결코 아닌 것이다. 누구나 납득할 만한 철저한 패인분석과 구체적 대응책이 뒤따라야 한다.
물론 문 대표도 이번 재ㆍ보선 패배에 대해 내심 할 말이 적지 않을 것이다. 야당의 분열, 당내 비주류진영의 비협조, 인구구조 변화 등에 의한 ‘기울어진 운동장’ 선거지형 등에 대해서다. 하지만 천정배 정동영씨 등의 탈당으로 인한 야권 분열은 문 대표 자신의 정치력 부재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고령화 추세에 따른 불리한 인구구조는 당연한 현실로 받아들이고 적응할 수밖에 없다. 호남지역에 뿌리가 깊은 참여정부 시절의 호남 홀대론 불식도 미흡했다.
당초 문 대표는 전략공천, 야권연대, 정권심판론의 네거티브 캠페인이 없는‘3무 전략’으로 이번 선거를 치르겠다고 했다. 성완종 리스트 회오리 속에 정권심판론 제기는 불가피했으나 전략공천과 야권연대 없는 선거 약속은 지켰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략공천이 아닌 현장경선에 의한 공천과 야권 분열 방치가 최대 패인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명분과 현실의 괴리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천정배 의원 당선으로 호남발 신당론이 가시화하면 야권 분열 원심력은 한층 커질 것이다. 경쟁력 있는 후보를 공천하는 데 현장 경선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문 대표가 어제 더 한층의 개혁과 통합으로 유능한 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뼈를 깎는 쇄신과 함께 명분과 현실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력을 보여야만 제1야당의 활로가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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