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격미달’ U대회 축구장 인조잔디 특혜 의혹

A사 중국산 저가제품 시공… 市 묵인, 공사비 감액도 안 해

광주시가 7월 열릴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U)대회를 앞두고 30억원대의 축구훈련장 인조잔디 구매ㆍ설치 공사를 하면서 입찰 당시 제안했던 구매 규격에 미달하는 저가의 부적합 제품인줄 알면서도 업자와 납품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나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더구나 시는 규격 미달 제품 구매로 인한 가격 차액이 10억원이 넘는데도 공사비 감액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아 혈세로 업자의 주머니를 채워주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30일 시 등에 따르면 시는 37억여원(기초금액)을 들여 U대회 축구훈련장 6곳(5만1,565㎡)에 인조잔디를 깔기로 하고 3월 20일 입찰을 통해 29억9,327만여원을 써낸 A사를 낙찰자로 선정했다. 시는 당시 시방서를 통해 인조잔디 규격을 세계대학스포츠연맹(FISU)가 요구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2Star 필드테스트를 통과한 제품’으로 제한했다. 그러면서 인조잔디의 기본구조 사양은 ‘파일(잔디 길이) 55㎜ 이상+규사+충진재(SEBS칩 ㎡ 당 11㎏)’라고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또 입찰 공고에 낙찰자는 이 구매 규격에 대한 FIFA 2Star 랩(Labㆍ연구실) 테스트 시험성적서를 계약 체결 전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낙찰업체가 과연 FIFA 필드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는 제품을 납품ㆍ설치할 능력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필드테스트 전 단계인 랩 테스트 인증 시험성적서를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A사는 이 같은 입찰 규정을 어기고 규격에도 맞지 않는 ‘잔디 길이 40㎜+패드 10㎜+칩’구조의 중국산 저가 제품에 대한 FIFA 2Star 랩 테스트 시험성적서를 지난달 24일 시에 제출했다. 그런데도 시는 사흘 뒤 A사와 납품계약을 체결했다. “국내에 구매규격에 대한 FIFA 2Star 랩 테스트 시험성적서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는 없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입찰에 참여했던 B사가 구매규격으로 FIFA 2Star 랩 테스트를 통과한 시험성적서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에 B사가 “부적격 제품 납품 계약은 무효”라며 문제 삼고 나서자, 시는 A사에 잔디 길이만 40㎜에서 55㎜로 변경하도록 통보했다. 구매규격의 인조잔디 납품이 가능한데도 이를 무시하고 A사의 패드형 인조잔디 납품을 고집한 것이다. 이에 A사는 지난 9일 뒤늦게 FIFA가 지정한 시험대행기관에 변경된 규격 제품에 대한 랩 테스트를 의뢰했다. 시가 입찰 규정과 달리 A사에게 계약 체결 후 랩 테스트 시험성적서를 제출하도록 특혜를 베푼 것이다.

특히 시는 A사가 규격을 바꿔 납품한 55㎜짜리 중국산 인조잔디의 가격이 당초 투찰금액(1㎡ 당 5만8,048원)보다 턱없이 싸 공사비 차액이 발생하는데도 계약금액 변경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A사가 납품한 중국산 인조잔디를 사용할 경우 공사비는 높게 잡아도 1㎡ 당 3만7,000원대면 충분하다”며 “이를 전체 공사비로 따지면 시가 A사에 안 줘도 될 돈 10억원 이상을 더 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와중에 A사는 FIFA 랩 테스트 시험성적서가 나오지도 않았는데도 문제의 중국산 인조잔디를 들여와 일부 축구장에 시공했고, 시는 이를 묵인했다. 더 황당한 것은 A사가 시로부터 규격 변경을 통보 받지도 않았는데 중국산 55㎜짜리 인조잔디를 현장에 시공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 A사가 일부 축구장에 설치한 인조잔디는 시가 규격 변경을 통보(4월 8일)하기 6일 전에 이미 해당 축구장의 크기에 맞게 주문 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시와 A사간 모종의 결탁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입찰 과정에서 A사에 대한 특혜는 전혀 없었고, (입찰행정을) 공정하게 하기 위해 관계 부서와 협의도 했다”고 해명했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