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불법ㆍ폭력 집회 시 차벽을 설치하는 것은 위헌이 아니다.”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존재할 때에만 차벽을 설치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위헌이다.”
세월호 참사 대규모 추모 집회가 열렸던 지난달 18일 경찰이 차벽을 설치한 것과 관련, 같은 건물에서 정반대 성격의 토론회가 나란히 진행됐다. 한쪽에서는 “적법한 조치였다”고 주장했고, 다른 쪽에서는 “위헌”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30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 4층에서 보수성향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차벽 위헌 논란을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는 경찰의 차벽 설치가 문제될 게 없다는 주장이 주를 이뤘다. 이들은 당시 세월호 추모제가 불법ㆍ폭력 집회로 변질된 점을 들어 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고 봤다. 시민과 함께 하는 변호사들 이헌 공동대표는 “2011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집회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경찰이 차벽을 설치한 사안에 관해 위헌이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18일 집회처럼 도로를 점거하고 행진하는 시위를 저지하기 위한 차벽과는 다른 문제”라고 주장했다.
같은 시간, 같은 건물 6층에서는 정반대의 논의가 펼쳐졌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 4ㆍ16연대 등이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경찰의 차벽 설치 요건을 제한한 헌재 판단을 근거로 18일 집회 때 차벽 설치 역시 공권력 남용에 해당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박주민 민변 변호사는 “경찰은 행진이 시작되기 전부터 차벽을 설치했는데, 위험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시점 이전이라 설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차벽을 6중으로 설치하는 등 통행을 완전히 차단한 점도 위헌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의 의견 차이는 세월호 추모제를 평화적 집회로 보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갈렸다. 민변 토론회 참석자들은 평화에 대한 개념을 보다 넓게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평화’의 의미에는 남을 성가시게 하고 화나게 하는 것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불편을 끼치지 않는 집회만 평화롭다고 볼 수 없다”며 “집회는 공식 매체로 의견을 표출할 수 없는 이들이 길거리로 나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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