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김용희(60) SK 감독이 달라졌다. 정해진 원칙과 선수를 믿는 인내로 끌고 갔지만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 단호하게 칼을 빼 들었다. 지난 27일 2루수 나주환을 시작으로 이틀 뒤 1루수 거포 박정권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김 감독은 29일 우천 연기된 인천 NC전에 앞서 "박정권은 팀 주축 선수라 웬만하면 (1군에서) 데리고 가고 싶었는데 본인도 부담스러워 하고 팀 상황도 고려해야 했다"고 밝혔다. 박정권은 개막전부터 꾸준히 중심 타선에 섰지만 23경기에서 타율 2할3푼2리에 그쳤다. 득점권 타율은 1할9푼2리로 더욱 저조했다. 가뜩이나 최정이 팔꿈치 통증으로 나서지 못한 상황에서 박정권의 침묵은 더욱 뼈아프게 다가왔다.
김 감독은 박정권을 포함해 외야수 임훈과 포수 허웅을 내리고 내야수 박윤, 외야수 김재현, 포수 김민식을 올렸다. 박윤과 김민식은 2군에서 좋은 타격 페이스를 보였던 이들이다. 박윤은 타율 3할7리 2홈런 10타점을 올렸고, 김민식은 타율 3할3푼3리 2홈런 21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김민식은 일본 오키나와 캠프 당시 가장 빼어난 타격감을 뽐내 김성근 한화 감독이 극찬한 바 있다.
김용희 감독은 "우리가 경기 후반에 역전을 못하는데 마땅한 대타가 없었다"며 둘을 승부처에서 중용할 뜻을 내비쳤다. 그 동안 SK는 흐름을 바꿀 대타 자원이 부족했던 탓에 수비에 강점을 보이는 나주환과 허웅을 대타로 내보내기도 했었다.
김 감독은 타선 대거 교체와 함께 투수진 운용에도 변화를 줄 방침이다. 팀이 근소하게 앞서거나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올렸던 셋업맨 정우람의 활용 폭을 넓혀 추격조로도 투입할 수 있다는 계획이다.
실제 28일 NC전에서 6-7로 쫓아간 9회 정우람을 시즌 처음으로 추격 상황에서 넣었다. 비록 정우람이 1점을 내주며 뒤집는 데는 실패했지만 1승을 반드시 거두겠다는 의지가 돋보였던 투수 교체 카드였다. 김 감독은 "경기 분위기를 보고 올라오는 타이밍이라면 지고 있더라도 정우람을 올릴 것"이라고 했다. 단 기존처럼 이틀 연투할 경우 하루 휴식을 준다. 3일 연투는 없다.
개막 한 달간 '순한 야구'를 한다는 평을 받은 SK. 어느덧 5할 승률도 힘겨운 위기에 몰린 가운데 분위기 반전 열쇠로 '독한 야구'를 꺼내 들었다.
사진=SK 정우람.
인천=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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