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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IT기술 꽃피우려면… 뿌리산업과의 융합이 해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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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IT기술 꽃피우려면… 뿌리산업과의 융합이 해답

입력
2015.04.3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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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러블 의료기기·자율 주행 등

꿈의 기술 완성 단계에 이르렀지만

우리 업체들 점유율 크게 떨어져

국내선 기초공정산업 3D 취급

獨·日은 첨단산업 토양으로 육성

컴퓨터업체였던 애플은 혁신적 아이템인 스마트폰으로 창조적인 신성장동력을 마련했다. 일본 도쿄의 애플 제품 애호가들이 지난 24일 출시된 손목시계형 디지털기기인 애플워치를 닮은 모자를 쓴 채 웃고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컴퓨터업체였던 애플은 혁신적 아이템인 스마트폰으로 창조적인 신성장동력을 마련했다. 일본 도쿄의 애플 제품 애호가들이 지난 24일 출시된 손목시계형 디지털기기인 애플워치를 닮은 모자를 쓴 채 웃고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당뇨병과 고혈압 환자인 A씨는 착용형(웨어러블) 의료기기로 혈당과 혈압을 관리한다. 피부에 붙여 놓은 연속 혈당 측정기가 실시간 혈당을 확인해 수치가 올라가면 자동으로 피부에 붙여 놓은 인공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한다. 혈당과 혈압 수치는 손목시계형 미니 컴퓨터 화면에 표시된다. 이 컴퓨터는 약 복용 시간, 운동량 등을 꼼꼼하게 확인한다. 이렇게 저장된 자료는 나중에 의료진에게 검진 받을 때 전달된다.

B씨는 출근을 위해 승용차에 오르면 운전대를 잡지 않고 뉴스를 본다. 운전석에 앉아 “회사”라고 말하면 자동차가 알아서 찾아간다. 교통체증이 심한 월요일 아침이면 교통정보와 다른 차량들의 주행속도 자료를 받아 덜 막히는 길을 선택한다. 주차도 스스로 빈 곳을 찾아 하기 때문에 차에서 내린 뒤에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퇴근할 때는 손목에 찬 리모컨 버튼만 누르면 바로 앞에 차가 멈춰 선다.

공상과학(SF) 영화처럼 먼 미래의 이야기 같지만 대부분 선도 업체들이 이미 선보인 기술이다. 피부 부착형 인공췌장은 미국 의료기기업체 판크륨이 2011년 개발했고, 부착형 연속 혈당 측정기도 미국 의료기기업체 에코 세라퓨틱스가 2013년 선보였다. 자율주행 기술은 현대자동차가 개발 중이며 대부분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문제는 이런 첨단 기술을 보유한 국내 업체가 극소수라는 점이다. 29일 유엔의 세관통계 데이터베이스를 보면 한국의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이 총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09년 27.8%에서 2013년 16.7%로 4년새 거의 반토막 났다.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조업도 부가가치가 큰 첨단 기술앞에서 맥을 못추고 위축된 모습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제조업 실질성장률은 전년 동기대비 0.7%다. 이는 전세계적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분기(-5.7%) 이후 23분기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산업계에서 꼽는 타개책은 첨단 정보통신(IT) 기술과 제조업의 기반인 뿌리산업을 융합한 창조적 신기술이다. 사실 우리의 우수한 IT 역량을 다른 분야와 결합해 신기술을 선도해야 한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나왔다.

하지만 뿌리 산업과 결합하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뿌리산업이란 주조, 금형, 용접, 소성가공, 표면처리, 열처리 공정을 통해 소재를 부품으로 생산하거나 부품을 완제품으로 생산하는 기초공정산업이다.

기초공정산업은 사양산업 또는 힘들어 기피하는 3D 산업 등 첨단산업과 동떨어진 것으로 잘못 알려져 중요성이 부각되지 못했다. 하지만 뿌리산업은 제조업의 기반 역할을 하고 다른 산업과 연계성이 높아 최종 제품의 품질과 성능을 결정하는 중요한 분야다. 당연히 첨단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산업이다. 여기에 전ㆍ후방산업에 대한 연쇄효과가 크고 취업 유발효과도 우수하다.

선진국들은 금융위기 이후 모든 산업의 기반이 되는 뿌리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독일과 일본은 뿌리산업을 공정이 자동화되고 친환경적이며 조작이 편리한(ACE, Automatic-Clean-Easy)산업으로 키울 계획이며, 미국 영국도 뿌리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힘쓰는 중이다.

우리 정부도 이런 흐름에 대응해 2000년대 이후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름과 내용이 바뀌면서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차세대 성장산업 육성방안(2001년), 10대 차세대 성장동력산업(2003), 신성장동력 비전과 발전전략(2009), 국가융합기술 발전 기본계획(2009~2013), 의료기기산업 육성방안(2010), 13대 미래성장동력(2014) 등 다양한 이름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바람에 혼란만 키워 왔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정부가 신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어떤 분야에 무슨 지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산업 환경 변화와 미래비전을 고려한 총체적 전략 없이 이름만 바꾸다 보니 실질적 효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우리가 치고 나갈 수 있는 창조적 신성장동력을 찾으려면 연구개발(R&D) 투자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관련 경제제도를 시기 적절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R&D 투자와 관련해 그냥 돈을 퍼줄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IT, 보건ㆍ의료, 교육, 관광, 금융 등을 융합하는 신성장산업에서 여전히 사업화를 저해하는 기존 산업들의 진입장벽을 제도적으로 낮추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최윤희 산업연구원 미래산업팀장은 “선진국들의 기술을 쫓아가는 추격형 산업에 집중하기보다 융합첨단기술을 개발로 우리가 혁신적으로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전략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공급 관점에 치중된 정책에서 벗어나 민간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는 정책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야 신성장동력 산업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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