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여야 협상, 남은 6일에 성패 달려
저항 있지만 개혁 정당성 거부 못해
재정 절감 원칙 지키는 결단력 보여야
공무원연금 개혁이 성패의 분수령에 직면했다. 개혁법안을 이번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내달 6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 해도 남은 기간은 불과 며칠. 이 기간 중 한 발 더 나아가면 가까스로 개혁의 취지는 살릴 수 있겠지만, 한 발 물러서면 말짱 도루묵이 된다.
저항도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25일 전공노 등 공무원단체 조직원 수만 명이 서울시청 앞 광장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투쟁’을 벌인 이래 중앙과 지자체, 직종별로 저항 행동이 격렬하게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전교조 등은 새정치민주연합 당사에 진입해 “기만적인 공무원연금 개혁을 중단하고 국회 특위도 즉각 해체하라”며 지금도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당초 공무원연금 개혁논리는 누구도 거부하기 어려울 만큼 자명했다. 우선 내는 돈에 비해 받는 돈이 지나치게 많은 데다, 고령화 등으로 수급자가 급증하면서 공무원연금이 재정을 삼키는 하마가 됐다는 게 문제였다. 당장 국민 혈세로 물어줘야 할 공무원연금 적자보전금만 올해 3조원, 2018년 4조원, 2020년 6조2,518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추정됐다. 둘째,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이다. 평균수명을 사는 경우 납부 보험료 대비 급여의 비율을 나타내는 수익비만 해도 국민연금이 1.8인데 비해 공무원연금은 2.5다. 민간 퇴직금을 감안해도 불공정한 격차는 분명하다.
과거 공무원들이 박봉일 땐 연금이라도 후하게 해주자는 논리가 먹혔다. 하지만 요즘 공무원 평균임금은 근로자 월평균 임금 315만원보다 훨씬 많은 470만원에 이른다. 공무원보다 벌이도 적은 대다수 국민이 자신의 세금으로 공무원연금까지 보전해 줘야 하는 상황이 부당함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막강한 공무원조직이 사실상 똘똘 뭉쳐 연일 반대논리를 폈다. 어중간한 정치인들은 공무원들의 ‘국가에 대한 헌신’을 운운하며 눈치를 봤다. 공무원 편에 선 행정학자들은 공직 전념을 위한 보상과 정치적 중립 등 기본권 제한 등에 대한 반대급부 성격의 공무원연금 우대 논리를 펴기도 했다.
급기야 공무원노조 측은 최근 공적연금 전반의 부실문제까지 부각시키고 있다. 국민연금이든 공무원연금이든, 우리나라의 공적연금은 노후의 안정적 생활을 보장할 수 없으니, 공무원연금을 줄이는 것보다 국민연금 보장 수준을 높이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최근 공무원연금 개혁 반대투쟁에서 전면에 등장한 구호가 ‘공적연금 강화’로 바뀐 배경이 여기에 있다. 하지만 1998년과 2007년 개혁 때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기존 70%에서 40%로 줄이는 작업을 군말 없이 수행했던 공무원들의 뒤늦은 공적연금 강화 주장엔 선뜻 공감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잇단 저항에 이미 개혁 원칙은 흔들리고, 청사진은 퇴색했다. 일례로 정부ㆍ여당이 당초 내세운 국민연금과의 장기적 통합을 추진하는 구조개혁론은 물 건너간 지 오래다. 평균임금에서 일정 비율을 따져 근무연수를 곱해 연금액을 정하는 지급률도 정부 기초안은 현행 1.9%에서 재직공무원 1.5%, 신규공무원 1%로 낮추는 것이었으나 어느덧 1.7% 이상으로 다시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공무원연금을 최근 논의 수준대로 바꾼다고 해도 이미 개혁이라는 용어엔 미흡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이 마지노선으로 내세우는 기여율 9.5%, 지급률 1.7%을 관철한다고 해도 향후 70년간 총 재정 부담액 1,987조1,000억원의 17%인 350조원을 절감할 수 있을 뿐이다. 그조차도 야당은 절감분을 공적연금 강화에 쓰는 문제 등 현행 논의구조에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부대조건을 걸며 여차하면 4월 국회도 넘길 수 있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
남은 며칠 간 여야가 합의에 이를지, 이른다면 어떤 내용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하지만 공공개혁의 핵심이자 저성장ㆍ고령화 시대에 부응하는 사회적 구조개혁의 첫 관문인 공무원연금에서 납득할 만한 개혁을 제 때 이루지 못하면 19대 국회는 역사적 죄인이 될 수밖에 없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치의 존재 이유를 묻는 중대한 시험대에 섰다는 각오로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에 엄중히 나서길 바란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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