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수도 카트만두의 지진 피해현장에서 붕괴된 건물에 갇혔던 20대 청년이 소변을 마시며 버티다 82시간 만에 기적적으로 구조됐다. 구조의 골든타임인 72시간이 지났지만 또 다른 기적을 바라는 구조대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AP는 29일 프랑스 구조대가 무너진 호텔 잔해에 깔린 리쉬 카날(27)이라는 남성을 구조했다고 보도했다. 카날이 자신을 둘러싼 잔해를 두드리며 구조 신호를 보냈고 프랑스 구조대원이 이를 들은 지 수시간 만에 그는 캄캄한 잔해 더미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지진 발생 당시 호텔에서 점심을 먹던 중이었던 그는 다리에 골절상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카날은 “먹을 것, 마실 것이 없어 소변을 마셨다”며 “처음에는 구조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지만 내가 아무리 신호를 보내도 인기척이 없어서 어제부터 희망을 버린 상태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골든타임이 지나면 생존률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닷새째부터는 거의 ‘0’에 가깝지만 포기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2013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의류공장 ‘라나플라자’ 붕괴 사고 때는 17일만에 10대 여성이 구조됐다. 2010년 최소 20만명이 숨진 아이티 지진 참사 때도 12일만에 가게 잔해 속에서 한 남성이 구조됐다.
줄리 라이언 국제구호위원회(IRC) 코디네이터는 “생존을 위한 이상적인 조건은 공기와 물, 다치지 않은 상태”라고 BBC에 전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생존 가능성도 희박해지는 게 현실이다. 유엔도 대개 재난 발생 5~7일이 지난 후 수색구조팀을 철수시킨다.
특히 좁은 공간에 오래 갇혀 있으면 온도와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서 질식 위험이 커진다. 구조대도 이런 점에 착안해 생존자를 파악하기 위해 이산화탄소 농도를 탐지한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는 공간에는 누군가 살아있다는 의미지만 일정하다면 생존자가 없다는 뜻이다. 물론 물도 생존에 필수적이다. 물 없이 사람이 버틸 수 있는 기간은 평균 3~7일이다.
구조단체 라피드 그레이엄 페인 회장은 “가장 중요한 요인은 어떻게 해서든 살겠다는 투지”라고 의지를 강조했다.
구조됐다고 방심하기는 이르다. 전문가들은 사고나 재해 생존자들의 경우 ‘크러시 증후군’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러시 증후군은 장시간 좁은 공간에서 신체의 일부가 눌렸을 때 죽은 세포에서 만들어진 독성물질이 압박이 풀리면서 갑자기 혈액으로 쏟아져 급사하는 현상이다.
국경없는의사회 관계자는 “구조됐더라도 적절한 응급 치료를 받지 못하면 크러시 증후군으로 심한 고통을 동반한 신장 손상이나 쇼크가 생길 수 있다”며 “신부전으로 발전될 위험도 크다”고 BBC와의 인터뷰에서 경고했다. 2008년 중국 쓰촨성 대지진으로 매몰됐다 구조된 사람 가운데 상당수가 크러시 증후군으로 결국 사망했다.
한편 여진, 전염병 등 추가 피해를 걱정해 카트만두 주민 20만명이 도시를 탈출하는 엑소더스가 이어지고 있지만 반대로 일부는 피해 현장으로 모여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마두 바두(51)씨의 사연을 소개하며 피해가 큰 수도 카트만두 외곽 마을들이 사실상 고립되면서 돈을 벌러 도시에 나와 있던 수천명이 가족들을 걱정해 귀향길에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바두씨는 지진 피해 소식을 듣고 진앙 인근에 위치한 집으로 향했지만 지진 여파로 도로가 폐쇄돼 중간에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야 했다. 출발 3일만에 고향에 도착해 재회한 바두씨의 아내 비슈누는 무사했지만 여전히 지진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비슈누는 “학교가 무너져 교사 4명이 숨졌고 여진이 더 발생할까 무섭다”며 “운이 다한 것 같다”고 두려움을 호소했다.
지진 발생 닷새째인 이날까지 사망자는 5,000명, 부상자는 1만명을 넘어섰다고 AP는 전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카트만두=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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