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랄식당 남이섬에 단 한 곳 뿐
인증식당 확대 10년째 허송세월
기도소ㆍ언어 서비스 인프라 부족
아랍어 구사 전문 가이드도 전무
강원도가 야심 차게 18억 무슬림(muslimㆍ이슬람교를 믿는 사람) 관광객 유치에 나섰다. 그러나 독특한 문화를 가진 이들을 수용할 관광인프라는 턱 없이 부족해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강원도는 29일 최문순 지사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방문, 현지 여행사인 가루다홀리데이즈와 무슬림 관광상품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최 지사는 다음달 3일까지 인도네시아에 머물며 강원관광설명회와 K-P0P콘서트를 열고, 현지 영화사인 라피 필름(Rapi Film)과 춘천에서 영화를 촬영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동남아 무슬림들을 겨냥한 세일즈다.
전세계 무슬림 인구는 18억 명에 달한다. 지난해 남이섬을 찾은 무슬림은 2012년 12만 명에서 지난해 20만 명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여 제2의 유커(遊客)라 불린다. 전국적으로도 2010년 38만여 명 수준이던 무슬림 관광객은 지난해 75만여 명으로 5년 사이에 배 가까이 늘었다. 한국을 찾은 미국 관광객(77만 명)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해외관광객 유치에 사활을 건 강원도 입장에선 절대 놓칠 수 없는 고객들이다.
하지만 무슬림들을 어렵게 모셔온다고 해도 이들을 수용할 관광 인프라는 턱 없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강원지역에는 할랄(Halalㆍ허용된 것이란 뜻) 인증을 받은 식당이 남이섬 한곳에 불과하다. 음식을 먹을 곳이 없으니 유치하는 관광객 수가 적을 수 밖에 없는 한계를 갖고 있는 셈이다. 강원도는 2006년 10월 진행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관광세일즈에서도 할랄인증 식당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10년이 다 되도록 지켜지지 않았다. 관광업계의 한 관계자는 “음식을 먹을 곳이 없는데 대규모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배를 알리는 아잔(Adhan)이 울려 퍼지면 하루 다섯 번 메카를 향해 기도하는 무슬림들을 위한 기도소 역시 강원도내엔 남이섬 한 곳에 불과하다.
이뿐만 아니다. 언어 등 서비스 인프라도 부족하다. 말레이어와 인니어가 가능자는 손에 꼽을 정도며, 아랍어를 구사하는 전문가이드는 단 1명도 없다. 덕분에 씀씀이가 큰 중동 관광객은 유치할 수 없는 구조다. 강원도 해외마케팅 부서 관계자는 “2016년까지 춘천에 할랄타운 등 무슬림 인프라를 대폭 확충할 계획”이라며 “현재로선 여러 가지 한계로 동남아 무슬림만을 유치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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