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4곳 도보로 10분내 밀집
첫날 하루 3편 보고 맛집 기행
밤엔 야외 영화 감상·가맥
30일부터 전북 전주시는 영화천국이다. 5월 9일까지 10일 동안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의 호칭에 기대 47개국 200편이 극장 상차림에 오른다. 세계 첫 상영작 45편 등 국내 첫 소개되는 영화만 132편이다. 개막작인 호주영화 ‘소년 파르티잔’을 비롯해 멕시코 터키 등 세계 각지에서 날아온 낯선 영화들이 선보인다. 이 성찬을 어떻게 만끽할 수 있을까. 황금연휴인 5월 1~3일 한 영화광의 일정표를 통해 전주영화제를 120% 즐기는 방법을 미리 살폈다.
1일: 도착일에 영화 3편 도전
서울 강남고속터미널에서 오전 7시 고속버스를 타고 좀 이르게 전주에 도착한다. 조금만 부지런 떨면 오전 11시 시작하는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오전 10시 금암동 고속버스공용터미널 앞에서 택시를 타고 15분 남짓 걸려 고사동 영화의거리로 간다. 메가박스전주점, CGV전주점, 전주시네마타운 3개 멀티플렉스가 영화의거리에 몰려있다. 98석 규모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까지 포함하면 걸어서 10분 이내로 극장 4곳을 오갈 수 있다. 예매만 잘하면 하루 3편을 거뜬히 보고 주변 맛집까지 즐길 수 있다.
첫 번째 영화로 호주영화 ‘찰리의 나라’를 골랐다. 호주의 숨은 대가 롤프 드 히어 감독의 신작이다. 설 자리를 잃어가는 호주 북부 원주민들의 현재를 담은 영화다. 현대와 전통 사이에서 고뇌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108분 동안 그린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서 최우수남자배우상을 받은 데이빗 걸필리의 연기가 돋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뒤엔 극장에서 5분 거리의 분식백화점 ‘가본집’에 간다. 메밀국수가 특히 인기 있다.
배를 채웠으면 서둘러 효자동 CGV전주효자점으로 이동한다. 택시를 타면 20분 정도. 마음이 급하면 가본집 방문을 뒤로 미룬다. 오후 2시 ‘신과의 대화’는 메밀국수 맛보다 더 진한 영화의 맛을 전해줄 작품이다. 헥터 바벤코와 바흐마 고바디, 에밀 쿠스트리차, 미라 네어 등 세계 유명 감독들의 단편들을 모은 옴니버스영화다. 상영시간은 135분.
이제 좀 여유롭게 전주를 즐긴다. 영화의거리로 이동해 거리를 거닐며 영화제의 흥취를 느껴볼 만하다. 카페에 들어가 커피나 차를 즐겨도 되고 이른 저녁을 먹어도 좋다. 다음 목표 영화는 ‘마이단’ CGV전주점에서 오후 8시 상영한다. 우크라이나의 떠오르는 신성 세르게이 로니차 감독의 신작이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마이단 광장에서 벌어졌던 반정부 시위를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세계의 시선을 모았던 우크라이나 사태의 일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가 끝나면 밤 10시20분 가량. 저녁 늦게 전주에 도착한 친구와 함께 경원동의 일명 ‘가맥’(가게맥주의 약칭) 골목을 찾는다. 가맥의 대표 안주는 북어. 간장과 마요네즈 등으로 배합해 만든 소스가 맛을 결정한다. 가맥의 원조로 꼽히는 전일슈퍼(소스 맛이 가장 강렬하다)를 먼저 찾고 자리가 없으면 차선책으로 주변 다른 가게를 찾는다.
2일: 밤의 시네마천국에 빠지기
첫날 영화를 세 편이나 봤으니 오전에는 전주 시내를 관광할 차례다. 영화제 때마다 꼭 들르던 풍남동 한옥마을은 이번엔 좀 멀리할 생각이다. 지난해 황금연휴가 겹치며 사람 구경만 했던 악몽이 남아서다. 한옥마을 외곽에 위치한 한벽루와 오목대가 이번 관광의 목적지. 조선시대 풍류를 즐기던 전주 유생들의 낭만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한벽루 주변엔 오모가리탕으로 유명한 음식점들이 여럿 있다. 맛집으로 유명한 한벽집에 도전할 예정.
오후에는 다시 ‘영화 사냥’에 나선다. 오후 2시 CGV전주효자점에서 ‘호스 머니’를 관람한다. 포르투갈의 대표적인 영화작가 페드로 코스타가 10년만에 발표하는 장편영화다. 빛과 그림장의 강렬한 대조를 활용한 이미지가 인상적인 영화다.
오후 8시 금암동 전주공설운동장에서 펼쳐지는 야외상영은 이번 전주 영화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전국체전 축구경기와 육상대회가 열렸던 탁 트인 공간 노천에서 수천명이 봄밤 영화를 보게 된다. 이날 상영작은 ‘러덜리스’. 아버지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음악영화다. 아들이 떠난 뒤 유품을 정리하던 한 아버지가 아들이 만든 노래를 발견하고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밴드를 결성하는 과정을 그렸다. 영화 ‘파고’로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배우 윌리엄 마시의 감독 데뷔작이다.
3일: 기념품 구입 그리고 귀경
전주를 떠나는 날. 오전에 영화 한 편을 본 뒤 마무리하는 기분으로 전주 시내를 완보하며 돌아본다. 마음에 둔 작품은 오전 10시30분 CGV전주점에서 상영하는 ‘스트레이 독’이다. 한 베트남 참전 군인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는 다큐멘터리영화다. 감독은 데브라 그래닉. 2010년 ‘윈터스본’으로 할리우드를 놀래게 한 독립영화인이다. 제니퍼 로렌스의 스타 도약대 역할을 했던 작품의 감독이니 기대해도 좋을 듯.
영화를 본 뒤 전주 방문 ‘기념품’인 초코파이 구입을 위해 걸어서 15분 거리에 위치한 풍년제과 본점을 찾는다. 30분 정도 기다릴 각오다. 오후 2시 서울로 향하는 고속버스에 몸을 실으면 2박3일의 알찬 전주 일정이 막을 내린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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