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후 50%가 불안감
"人災가 원인" 2년간 4배나 늘어
"안전하다" 응답은 13%도 못미쳐
우리나라 청소년 2명 중 1명은 ‘우리 사회가 불안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불안의 주요인으로 사람의 실수로 인한 인재(人災)를 꼽은 학생들이 최근 2년간 무려 4배나 늘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사회 안전에 대한 청소년의 불안감이 대폭 증가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은 13~24세 청소년의 건강ㆍ가족ㆍ교육ㆍ문화ㆍ안전 등 30개 지표가 담긴 ‘2015년 청소년 통계’를 28일 발표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청소년의 46.9%가 우리 사회에 대해 ‘불안하다’고 답했다. ‘안전하다’는 응답은 12.9%에 불과했다.
불안하다는 응답은 2012년과 비교해 9.8%포인트나 증가했고, 안전하다는 응답은 2.4%포인트 줄었다. 이 설문은 통계청 사회조사의 한 항목으로 세월호 참사 한달 뒤인 지난해 5월 15~30일 13세 이상 국민 3만7,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특히 불안의 주된 요인으로 ‘인재(人災)’를 지목한 청소년이 2012년에는 4.7%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18%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또 ‘도덕성 부족’이라는 응답도 같은 기간 10.8%에서 13.5%로 늘었다. 세월호 참사는 사람들의 부주의로 인한 전형적인 인재이며, 사고 당시 승객들을 두고 가장 먼저 탈출한 이준석 선장 등의 부도덕한 행위가 청소년들에게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2012년 41.4%의 청소년이 선택해 가장 높은 불안 요인으로 꼽혔던 ‘범죄 발생’은 지난해 27.7%로 대폭 줄었고, 빈부격차로 인한 계층 갈등, 경제적 위험, 신종 질병이 불안의 요인이라는 응답도 줄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조사 직전 세월호 참사가 터진 것이 청소년들의 안전 인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지난해 반복된 안전사고들이 대부분 인재인데다 사회 지도층이 사고를 잘 수습하지 못한 점 때문에 한국사회에 대한 청소년의 신뢰도가 전반적으로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다문화 가정 학생 수는 6만7,806명으로 2013년보다 21.6% 증가했다. 이는 전체 학생 수(633만4,000명)의 1.1%에 해당하며, 2006년 0.1%에서 11배나 증가한 것이다. 또 2003년에는 교통사고가 청소년 사망원인 1위였지만, 10년 뒤인 2013년에는 자살이 1위를 차지했다.
청소년들은 남녀의 동거와 출산에 대해 개방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가 결혼을 하지 않아도 함께 살 수 있다’는 응답이 56.8%,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응답은 26.4%나 됐다. ‘외국인과 결혼해도 상관없다’는 응답자도 74.2%였다.
휴대폰을 통한 성인물 이용도 급증했다. 한번이라도 유해매체를 경험해 본 적이 있는 중ㆍ고생 중 ‘휴대폰 성인물’을 이용한 학생은 2012년 20%였지만 지난해에는 52.6%로 크게 늘었다. ‘케이블TV의 성인용 프로그램’ 이용도 2012년 26.9%에서 지난해 42.7%로 대폭 늘었다. 반면 ‘컴퓨터 성인물’ 이용은 24.6%로 2012년보다 소폭 감소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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