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의 핵심 책임자인 이준석 선장에게 살인죄가 인정됐다. 1심과 달리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 결과다. 이 선장의 형량은 징역 36년에서 무기징역으로 늘었다. 반면 이 선장을 제외한 승무원 14명은 모두 감형됐다. 승객을 보호해야 할 선장이 자기 목숨만 구하자고 수백 명을 희생시켰다면 엄하게 단죄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 선장에 대한 살인죄 인정 판단 기준은 승객 퇴선 명령을 내렸는지 여부였다. 1심에서는 이 선장이 탈출 직전 퇴선 지시를 했다고 판단한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퇴선 명령이 없었다고 봤다. 광주고법은 선장과 선원들이 탈출하는 순간에도 여전히 선내에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고, 퇴선 방송 지시에 따른 후속 조치가 전혀 없었던 정황 등을 근거로 들었다. 따라서 이 선장이 승객 퇴선 명령이나 퇴선 방송 지시를 하지 않은 것이 살인의 미필적 고의에 해당된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다양한 근거 자료를 제시해 이 선장에 대한 살인의 고의를 입증한 재판부의 조치는 법적 신뢰를 높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선장의 감독을 받는 지위라는 이유로 승무원 전원을 감형한 데 대해 유족들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선원들이 승객보호 책임을 유기한 채 그들만 살겠다고 빠져 나온 행위는 이 선장과 하등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두 차례의 재판을 통해 세월호 선원들에 대한 책임 소재는 어느 정도 드러났다. 그러나 세월호참사의 책임은 선장과 선원에게만 물을 일이 아니다.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304명의 승객이 구조되지 못하고 희생당한 것은 크게 보아 정부와 국가가 제 기능을 못한 탓이다. 참사의 구조적 원인과 이유를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면 선장과 선원들을 단죄한들 충분치 않다. 이런 당위에도 불구하고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밝혀내기 위한 진상조사는 1년이 지나도록 발걸음도 떼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특별법 정부 시행령이 유가족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급기야 이석태 특조위원장과 위원들이 그제부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세월호 특별법의 취지에 맞게 특조위가 독립적인 진상규명을 해나갈 수 있게 시행령을 만들자는 주장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나 정부는 공무원이 특조위 업무를 총괄하고 조사 범위를 정부 조사 결과에 대한 검토 수준으로 묶어두는 수정안을 고집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특조위 활동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정부는 여전히 특조위를 허수아비 관제기구로 만들려는 의도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말 뿐이 아닌 진정한 진상규명의지가 있다면 특조위, 유가족들과 협의를 거쳐 새로운 시행령안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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