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IT 벤처 기업이
노점상에 POS단말기 무료공급
간편 결제와 매출 관리 한 번에
핀란드는 이미 결제시장 넘어
얼굴인식 지불결제 상용화 앞둬
"규제완화 무작정 따라하기보다 시스템 보안체계 구축이 우선"
지난 23일(현지시간)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 시내 대광장 인근 30여곳 노점이 몰려있는 재래시장. 과일과 야채를 파하는 한 노점에서 손님이 물건을 산 뒤 IC칩이 내장된 직불카드를 내밀었다. 노점 주인은 자신의 스마트폰에 연결된 단말기에 카드를 꽂았고, 단말기를 건네 받은 손님은 비밀번호(핀코드)를 입력했다. 이내 결제 완료를 알리는 메시지가 액정화면에 떴다.
장비가격 부담에 카드결제는 엄두조차 못 내던 스웨덴 재래시장 상인들이 이처럼 카드 손님을 흔쾌히 받게 된 건 지난해 자국의 주요 IT 벤처기업 아이제틀사로부터 단말기를 무료로 공급받은 이후부터다. 이 회사는 컴퓨터와 카드결제 단말기를 연결한 상점용 매출관리장치, ‘POS 단말기’를 기존 스마트폰과 연결해 결제가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 주효했다. 과일 노점을 운영하는 나마산 코르키마스씨는 “단말기 사용 후 매출이 급증한 데다, 어떤 제품이 많이 팔리고 재구매율은 얼마나 되는지 쉽게 알 수 있어 체계적인 운영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전세계적으로 금융과 IT기술을 결합한 핀테크(fintech)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전통적으로 강점을 보인 금융산업을 기반으로 지급결제 송금 보안 자산관리 투자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혁신을 접목해 핀테크 선두주자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 지난해 총 14억8,000만 달러에 달하는 유럽 전체 핀테크 투자액의 23.3%(3억4,500만달러)가 집중됐을 정도다.
전세계 휴대폰 시장점유율 1위였던 노키아를 기반으로 일찌감치 핀테크를 경험한 핀란드의 경우,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을 이용한 비접촉식 결제 인프라가 구축된 상태다. 핀란드 내 카드 가맹점 가운데 60%가 NFC 결제 단말기를 갖추고 있는데, 실제 수도 헬싱키의 대부분의 상점에선 소비자들이 결제 시 직불 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손에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단말기 근처에 갖다 대는 식으로 물건 값을 지불하고 있었다.
북유럽의 핀테크는 이미 결제시장을 넘어선 지 오래다. 핀란드의 발란씨온이라는 회사는 전자은행 계정을 개설한 뒤 여러 은행의 계좌를 등록하면 관련 시스템을 통해 개인 재정을 통합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스트랄모바일의 경우 사용자가 애초 설정한 저축 목표액을 얼마나 달성하고 있는지, 계좌에 잔고가 얼마나 되는지 등을 일일이 알려주며, 유니쿨사는 얼굴 인식 지불결제서비스의 상용화까지 앞두고 있다. 또 스웨덴의 비헤이비오섹이란 회사는 개인의 행동패턴을 분석해 본인인증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처럼 북유럽 국가의 핀테크 산업이 활성화된 주된 요인 중 하나는 규제의 최소화다. 마리 빼꼬넨 란따 핀란드 금융서비스협회 EU총괄은 “유럽위원회도 금융산업에서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고 기존 규제는 실효성 있게 재정립하는 것을 올해 주요 목표 중 하나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핀란드는 ‘테케스’라고 불리는 정부 차원의 벤처 창업 지원기관을 통해 신생 핀테크 기업을 육성하는 등 생태계 조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북유럽의 이 같은 모습은 아직 핀테크 산업이 태동단계에 머물고 있는 우리나라에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무분별한 규제완화로 정보보안 및 시스템의 안정성이 저해될 가능성도 있어 신중하게 수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스타트업이 대부분인 국내 핀테크 환경을 감안하면 향후 아이디와 패스워드 만으로 결제하는 환경이 보편화 될 경우 부정사용이 급증할 수 있다”며 “기업들이 보안체계를 충분히 구축할 때까지 속도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헬싱키(핀란드)ㆍ스톡홀롬(스웨덴)=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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