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인 오라클의 소프트웨어 끼워팔기 혐의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세계 최초로 제재에 나섰다. 오라클은 재무ㆍ인사관리 등 데이터 관리 소프트웨어(DBMS)를 판매하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로 세계와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사업자다.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제품을 팔 때 차기 버전을 끼워 팔거나, 제품 유지보수 시 일괄적으로 전체를 다 받게 해 고객을 가둬두는 오라클의 행위에 대해 조사 중”이라며 “조만간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상정해 이르면 6, 7월에 (제재 수위에 대한)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각종 시스템 오작동 발생에 따른 버전 업그레이드를 해주면서 다음 버전을 끼워 팔고, 고객사가 다수의 오라클 소프트웨어 가운데 일부에 대해서만 시스템 유지ㆍ보수를 받고 싶을 때도 의무적으로 전체 제품을 유지ㆍ보수 받게 한 오라클의 ‘비즈니스 모델’이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오라클이 전 세계적으로 쓰고 있는 이런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제재는 한국 공정위가 처음이다. 오라클 측은 이러한 방식이 기술적으로 불가피하고, 경쟁을 제한할 우려도 없다는 입장이지만 신 사무처장은 “오라클은 한번 제품을 판매한 뒤 유지ㆍ보수로 고객을 가둬서 차기 버전을 구매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2, 3위 사업자인 IBM이나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런 끼워팔기를 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1989년 한국에 진출한 오라클은 국내 관련 시장의 58.4%(2013년 기준)를 점유한 1위 사업자로 행정자치부 통합전산센터 등 정부기관은 물론 대기업, 은행, 증권사 등이 주요 고객이다. 오라클의 지난해 국내시장 연 매출액 8,200억원 가운데 이번 조사와 관련이 있는 DBMS와 유지ㆍ보수 관련은 4,900억원에 달한다.
한편 신 사무처장은 삼성전자, LG전자 등에 대한 과도한 특허권 남용 혐의로 조사 중인 퀄컴과 관련, “올해 말까지 사건을 처리하는 게 목표”라면서 “퀄컴이 동의의결(재발 방지 등을 전제로 법적 제재 없이 사건을 종결시켜주는 제도)을 신청해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한 제재 의지를 내비쳤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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