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서 보육대란 현실화
정부의 어린이집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 지원이 늦어지면서 일부 지역의 ‘보육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27일 각 자치단체에 따르면 지난 25일자로 지급돼야 할 누리과정 운영비(원생 1인당 7만원) 가운데 전북도는 15억4,000만원, 강원도는 11억원을 지급하지 못했다. 두 교육청이 올해 초 “어린이집 보육은 국가의 일”이라며 각각 3개월씩만 편성한 202억원, 176억원이 모두 바닥난 탓이다.
여기에 두 지역에서는 다음달 10일까지 지급해야 할 어린이집 원생 1인당 누리과정 보육료(22만원)도 끊길 것으로 보여 가정의 달 보육대란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강원 춘천시에서 40여명 규모의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박모(45ㆍ여) 원장은 “누리과정은 무상교육이라 비용을 학부모에게 청구할 수 없는데, 나라에서도 지원금을 주지 않으면 운영을 할 수 없다”며 “사태가 장기화되면 교육의 질 하락은 물론 급식 등 관련업체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일부 지역에선 곳간이 바닥나자 교육청이 자치단체에 손을 벌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광주시교육청은 광주시로부터 3,4월 두 달치 누리과정 예산 120억원을 충당했으며, 인천시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을 인천시에 우선 부담시키고 나중에 갚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음 달 중순 예산이 바닥나는 경기도교육청은 한 달 분 ‘토막예산’ 860억원을 추경에 편성해 급할 불을 끌 계획이다. 조만간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 중단 사태가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각 시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관련법 통과가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올해 누리과정 예산 3조9,000억여원 가운데 부족분 1조7,000억여원에 대해 1조2,000억원은 지방채 발행으로, 나머지 5,064억원은 정부의 목적예비비 형식으로 지원키로 합의했었다. 기획재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채로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지방재정법이 개정된 이후 목적예비비를 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야 간 대치로 지방재정법 개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목적예비비가 집행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춘천=박은성기자 esp7@hk.co.krㆍ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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