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사 안 되면 무기한 연장 허용
1000일 넘게 처분 안되기도
"유명무실" 법개정 필요성 지적
국회의원이 주식을 보유한 회사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을 막기 위한 주식백지신탁 제도가 19대 국회에서 무용지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국회 등에 따르면 19대 국회가 개원한 2012년 5월 이후 본인ㆍ가족 소유의 주식을 백지신탁한 의원은 6명이었으나, 실제로 매각이 성사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소속 상임위 관련 주식을 보유한 의원은 이를 백지신탁해야 하며, 신탁주식은 수탁기관이 ‘60일 이내’에 매각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매각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무제한 기간 연장을 허용, 백지신탁제도의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실제로 이상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012년 7월 반도산업 주식 5억5,000만원 상당을 백지신탁했지만 1028일째 매각되지 않고 있다. 윤명희 새누리당 의원은 한국라이스텍 주식 7억3,500만원, 웰라이스 주식 2,450만원 상당을 각각 백지신탁 했지만 역시 1,000일 넘게 처분되지 않았다. 또 주영순 새누리당 의원은 에이치앤철강 등 3개 업체 주식 약 7억원 상당을 904일째 백지신탁 중이다.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과 박덕흠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김영환 의원의 백지신탁 주식도 217일∼364일째 매각이 이뤄지지 않았다. 의원들의 신탁주는 거래가 성사되기 어려운 비상장주인 경우가 많아 임기 후 그대로 돌려받는 경우가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적 이익에 따라 의정활동을 한다는 의혹을 받는 기업인 겸 정치인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현실은 성완종(64ㆍ사망) 전 경남기업 회장의 경우에서 확인되고 있다. 성 전 회장은 자신이 최대주주인 경남기업의 워크아웃 개시를 전후해 정무위 소속으로 활동하며 산하 기관인 금융기관들을 압박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은미 참여연대 팀장은 “의원들이 백지신탁을 하고 60일 이내에 처분하지 않더라도 이를 규제할 방법이 없어, 이를 개정하는 대안입법이 있어야 법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법개정을 요구했다. 의원들이 보유주식 회사와 직접 연관되지 않은 상임위로 옮겨 백지신탁을 피한 뒤 동료 의원들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편법을 막기 위해 백지신탁 적용기준인 ‘직무 관련성’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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