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배너 챌린지 우승, 랭킹 19계단↑
6월 열리는 윔블던 본선 진출 확정
아시아의 닮은꼴 두 선수로 주목
한국 남자테니스가 마침내 세계랭킹 100위의 벽을 무너뜨렸다. 정현(19ㆍ삼성증권 후원ㆍ107위)이 27일 발표된 남자프로테니스(ATP) 랭킹 88위에 이름을 올린 것. 정현은 이날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에서 열린 ATP 세인트 조지프 캔들러 서배너 챌린지 대회에서 세 번째 챌린지 우승컵을 들어올려 지난주 107위에서 19계단이나 뛰어올랐다. 정현은 이로써 2008년 8월 이형택 이후 6년8개월 만에 랭킹 100위 안에 진입한 한국 남자 테니스 선수가 됐다. 테니스에서 랭킹 100위 안에 들면 ATP 투어 대회 본선에 자력으로 나갈 수 있고, 4대 메이저 대회 단식 본선에도 자동 출전할 수 있게 된다.
이제 정현이 닮아야 할 롤모델은 같은 아시아권인 니시코리 게이(26ㆍ일본ㆍ5위)가 꼽히고있다. 정현보다 일곱 살 위인 니시코리는 이미 세계 최정상급 선수로 우뚝 섰다. 서양 선수들에 비해 왜소한 체격에도 불구하고 한 박자 빠른 플레이로 유럽, 미국 선수들이 주류인 테니스 코트에 돌풍을 일으켰다.
니시코리는 일본 대기업 소니의 CEO 모리타 마사아키가 후원하는 모리타 펀드의 혜택을 받으면서 본격적인 유망주 생활을 시작했다. 15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닉 볼리티에리 아카데미에서 선진 테니스를 배웠다.
주니어 시절은 정현이 더 화려했다. 아버지와 형 모두 테니스인인 정현은 일찍부터 조기 교육을 받으며 13세에 미국 닉 볼리티에리 아카데미에 입문했다. 이후 세계 최고 권위 주니어대회인 미국 오렌지 보울 국제 주니어 대회 남자 단식 16세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해 이름을 알렸다. 이후 삼성증권의 꾸준한 후원을 받으며 한국 테니스를 이끌 재목으로 주목 받았다.
눈여겨볼 점은 두 선수 모두 프로 데뷔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2007년 18세에 데뷔한 니시코리는 이듬해 10대의 나이로 첫 ATP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메이저 대회인 US오픈 16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0위대였던 니시코리의 랭킹도 껑충 뛰어올라 100위대로 진입했다. 일본 선수로는 1995년 57위까지 올라갔던 마츠오카 슈조 이후 처음 이다. 지난해 US오픈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그랜드슬램 준우승 쾌거를 이룬 니시코리는 지난달 랭킹 4위까지 올랐다.
정현 역시 지난해 초만해도 500위권 바깥에 머물렀지만 불과 1년 만에 88위까지 끌어올렸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복식에서 금메달을 땄고, 3월에는 한국 선수로는 이형택(39) 이후 6년 6개월 만에 ATP 투어 대회에서 첫 승을 거두었다.
정현은 “서브나 스트로크를 보완하기 위해 동계 훈련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했다”며 “서브 시속이 200㎞를 아직 넘지 못하지만 그 가까이에 근접했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내달 초 부산에서 개막하는 부산오픈 챌린지 대회 출전을 위해 28일 귀국하는 정현은 “사실 운도 많이 따른 결과”라며 몸을 낮췄다.
정현을 지도하는 윤용일(42) 코치는 “보통 선수들은 챌린지 대회에서 투어 대회로 올라가는 기간을 길게는 3년을 잡는다”며 “(정)현이는 성장 속도가 빨라 2년 정도를 예상했는데 그보다도 더 빨리 투어 대회를 바라보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윤코치는 앞으로 대회 참가 일정도 챌린지 대회보다 투어 대회 쪽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덧붙였다. ‘톱 100’에 안착한 정현은 당장 6월 열리는 메이저 대회인 윔블던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이현주기자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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