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 of Conversation (회화의 비법)
한국에서 영어를 배우는 사람들 중에는 미국 대통령의 명연설이나 억양을 모델로 삼는 사람이 있다. 각자의 배경과 출신지가 다른데 무턱대고 대통령의 억양은 좋을 것이라는 믿음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시어도어 루스벨트(1858~1919) 대통령만 보아도 그의 권위 있고 비음 섞인 발음은 어떻게 들으면 영국 영어 같고 어떻게 들으면 미국의 사투리처럼 들린다. 조지 워싱턴(1대), 토머스 제퍼슨(3대), 프랭클린 루스벨트(32대) 대통령의 영어는 오늘날의 미국 영어와 견준다면 오히려 영국 영어에 가깝게 들리는데 그렇다고 오늘날의 영국 영어와 똑같다고 할 수 없다.
1920년대에 미국에 라디오 방송이 대중화되면서 ‘누구나 알아듣기 쉽고 말하기 쉬운 억양’ ‘미국만의 억양’(generic American accent)이 파급되었다고 한다. 국토가 넓은데도 미국 영어에 사투리가 많지 않은 것도 ‘쉬운 영어’의 필요성을 강조한 덕택이다. 지금까지의 영어 발음 변천사를 참고한다면 앞으로의 방향을 정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네덜란드 사람이 토플(TOEFL) 성적에서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들 중에서도 영어를 매우 잘하는 사람의 억양을 듣고 있으면 마치 미국의 중서부 억양처럼 들린다. 누가 훈련시킨 것도 아니고 자기 나라에서 배운 영어인데 미국의 표준 억양으로 알려진 중서부 억양으로 말하는 것은 여전히 연구대상이다. 일부 학자는 네덜란드 사람들이 17세기 후반에 미국의 동부에 이민자로 와서 남긴 영어가 오늘날의 미국 억양이 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다만 요즘 미국인들이 느끼는 상상 속의 표준 억양은 기존의 중서부보다는 서북부 지역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다.
영국의 청교도단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신천지에 도착한 때가 1620년인데 이들이 ‘셰익스피어 식’ 영어를 구사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내용이다. 지금도 매사추세츠주의 플리머스 플랜테이션(역사박물관)에 가면 민속촌처럼 꾸며진 곳에서 당시의 억양과 복장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 말은 곧 당시의 셰익스피어 식 영어가 미국에서는 어느 정도 유지된 반면 영국에서는 변화와 발전을 거쳐 큰 차이를 보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어느 발음이 좋은가보다는 어느 억양이 소통하기 쉬운지 고민하면 된다. 영국인도 미국에 오면 튀는 발음 때문에 주목을 받게 되고 본국에 돌아가서 미국 억양을 흉내내면 그것은 그것대로 눈총을 받는다. 미국인은 어딜 가든 자기네 억양을 유지하는 편이고 비교적 발성하기 쉬운 영어 그룹에 속한다. 원어민 사이에서 억양이 이상하면 ‘retarded accent(저능아 억양)’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지만 외국인이 영어를 할 때에는 누구나 관심을 갖고 들어준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의사소통이 가능한 억양(communicative accent)’나 ‘중립적인 억양(neutral accen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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