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수원=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 김주희] '동명이인' 윤석민의 희비가 엇갈렸다. KIA 투수 윤석민(29)은 3⅓이닝을 역투했으나 막판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패전 투수가 됐다. 반면 넥센 내야수 윤석민(30)은 홈런 두 방을 터뜨리며 팀의 대승이 앞장섰다.
◇이틀간 6이닝 던진 KIA 윤석민
김기태 KIA 감독은 몇 번이나 불펜을 쳐다봤다. 두산과의 시즌 3번째 맞대결이 열린 26일 잠실구장. KIA 5번째 투수 한승혁은 3-2로 앞선 8회말 동점을 허용했다. 9회말에도 연거푸 볼만 던져 1사 1루 위기를 자초했다. 김기태 감독은 급하게 몸을 풀던 윤석민의 상태를 잇따라 체크했다. 마침내 OK 사인이 떨어지자 2번 정수빈 타석, 볼카운트 3볼-0스트라이크에서 윤석민을 등판시켰다.
서둘러 올라온 윤석민은 초구 직구를 볼로 던졌다. 스트라이크존을 한참 벗어나 타자의 방망이가 미동도 하지 않았다. 1사 1ㆍ2루, 타석에는 두산 간판타자 김현수였다. 하지만 윤석민은 김현수를 3루 땅볼로 돌려세운 뒤 8회말 대주자로 나온 4번 정진호마저 중견수 플라이로 간단히 처리했다. 전날 경기 8회 1사 1루에서 등판해 야수들의 아쉬운 수비에도 2⅔이닝(투구수 33개)을 2피안타 1실점으로 막고 승리 투수가 된 것과 흡사한 분위기였다.
윤석민은 연장 10회, 11회, 그리고 12회말까지 등판했다. 맞혀 잡는 피칭으로 12회 1사까지는 완벽했다. 그러나 아웃카운트 2개를 남기고 정진호에게 우중월 3루타를 얻어 맞았다. 오재원을 고의4구로 내보내며 1사 1ㆍ3루 위기가 됐다. 윤석민은 여기서 대타 유민상을 얕은 중견수 플라이로 유도했지만, 중견수 김호령의 송구를 포수 이홍구가 뒤로 빠뜨리며 3-4로 뼈아픈 패전 투수가 됐다. 3⅓이닝 2피안타 1실점, 투구수는 35개였다. '90억원 팔'의 호투를 돕지 못한 야수들의 수비였다.
◇하루에 홈런 두 개 친 넥센 윤석민
넥센 윤석민의 방망이가 심상치 않다. 한 시즌 개인 최다 홈런이 10개(2012년·2014년)였던 그는 올해 벌써 5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26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서 6번 타자·1루수로 선발 출장한 윤석민은 0-0으로 맞선 2회 1사 1루에서 상대 선발 엄상백의 시속 140km짜리 직구를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선제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10-2로 앞선 5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세 번째 타석에서는 최원재와 풀카운트 승부 끝에 커브를 통타해 또다시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아치를 그렸다. 올 시즌 5번째 홈런이다.
넥센은 지난해 40홈런을 때려낸 강정호가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로 이탈하면서 공격력에 큰 공백이 생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3년 시즌 후 두산에서 트레이드돼 지난해 주로 백업으로 나섰던 윤석민이 꾸준히 경기에 출장한다면 공격력에도 큰 힘을 보탤 수 있다. 이미 팀내에서 유한준(7개)과 박병호(6개)에 이어 많은 홈런을 때려내고 있다. 그의 활약 덕분에 주축 타자들이 부상으로 빠져 있는 상황에서도 넥센 타선은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윤석민은 경기 후 "전날(25일) 4타수 무안타를 치고 숙소에서 영상을 많이 봤다. 왼 다리가 오픈되는 걸 발견하고 경기 전 센터로 밀어 치려는 훈련을 해 도움이 된 것 같다"며 "첫 타석에서 홈런이 나와 다음 타석부터는 편안하게 들어섰다. 앞으로도 내 자리에서 맡은 바 임무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사진=KIA 윤석민.
잠실=함태수 기자 hts7@sporbiz.co.kr
수원=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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