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주기 이후 두 번째 열린 주말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지난주 과열 양상과는 달리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행사를 치렀다. 일부 실종자 가족에게서 “폭력은 안 된다”는 목소리가 흘러 나오기도 했지만, 다음달 1일로 예정된 철야 농성에서 재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4ㆍ16세월호가족협의회,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등으로 구성된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4.16 연대)는 25일 오후 동서남북 서울 4개 지역(청량리역 광장, 홍익대 정문, 용산역 광장, 성신여대입구역)에서 광화문광장으로 이어지는 ‘썩은 정권 시행령폐기 4.25 진실과 추모행진’을 개최했다. 행진에는 세월호 유가족, 종교계 인사, 대학생 등 시민 3,000여명(경찰 추산 1,700여명)이 참가했으며 이들은 옷에 노란 리본을 달거나 풍선을 들고 도로 가장자리 차선을 따라 광화문광장까지 평화롭게 걸었다. 서울의 낮 기온이 24도까지 올라 무더운 날씨에도 시민들은 “진실을 인양하라” “감추는 자 범인이다” 등 구호를 외치며 행동에 나섰다.
이날 저녁 광화문광장에 도착한 행진단을 포함해 시민 5,000여명(경찰 추산 2,300여명)은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폐기 촉구 범국민 추모 문화제’에 참가, 진상조사를 방해하는 정부 시행령 폐기와 조속한 세월호 인양으로 실종자 수습 등을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지난주 차벽을 설치하고 캡사이신, 물대포를 발포한 경찰의 진압에 대해서도 성토했다. 김혜진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은 “유가족들은 진실을 밝히고자 했으나 경찰은 물대포와 폭행으로 답했다”며 “잔인한 본성을 드러낸 정부는 유가족을 상대로 폭력이 없는 ‘순수한 추모’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 밖에도 시민들은 중남미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을 두고도 “(한국으로)돌아올 필요가 없다”며 쓴 소리를 내뱉기도 했지만 청와대 진격 주장 등 돌발행동은 나오지 않았다. 오후 7시 30분쯤 세월호를 상징하는 촛불 퍼포먼스를 마지막으로 추모제 참가 시민들은 해산했다.
이날 집회의 조용한 마무리는 단원고 실종자 조은화 양의 어머니 이금희(46)씨가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 가족들이 물대포를 맞으며 아들 같은 의경들과 싸우는 걸 멈추라. 자식 잃은 부모를 폭도로 매도하는 빌미를 제공하지 말라”고 호소하는 등 폭력 시위에 대한 거부반응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집회에 참가한 대학생 장모(24ㆍ여)씨는 “지난 1주기 집회에서는 건전하게 추모하려는 시민을 막아선 경찰력에 대항하기 위해 거세게 항의한 측면이 컸지만, 기본적으로 평화롭게 목소리를 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절인 다음달 1~2일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철야 집회가 예정돼 있고, 주최 측이 “대통령이 돌아오면 직접 답을 듣겠다”고 밝힌 만큼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명선 세월호가족협의회 위원장은 “정부의 개 노릇을 하고 있는 깡패 경찰이 우리를 막는다고 해서 행동을 멈출 수가 없다”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떳떳한 부모가 될 수 있도록 차벽, 청와대를 넘어 박 대통령 면전에서 답을 받겠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경찰청 앞에서는 자주통일과민주주의를위한코리아연대 회원들이 24일 박 대통령을 규탄하는 전단을 뿌렸다가 경찰에 연행된 회원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경찰의 폭력적인 연행을 비판하는 기자회견 이후 강신명 경찰청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청사로 강제 진입하다 5명이 추가로 연행되기도 했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