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좌우로 흔들리며 몸 주체 못해
아이들 건물 출입 꺼리며 극도 불안
25일 네팔에 닥친 규모 7.8 강진의 참상이 현지 거주 중인 국제 구호단체 직원의 증언으로 속속 전해지고 있다. 주민들은 여진 우려에 건물 밖에서 풍찬노숙을 하며 두려움에 떨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 구호개발기구 네팔 월드비전의 커뮤니케이션팀 본부장 순줄리 싱(32ㆍ사진)씨는 26일 “몸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땅이 좌우로 심하게 흔들렸다”고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그는 “풋살 경기장에 있었는데 사람들이 땅이 흔들리는 방향으로 우르르 넘어지며 부상자가 속출했다”고 말했다. 싱씨는 천신만고 끝에 스쿠터로 경기장을 빠져 나와 집으로 향할 수 있었지만, 도중에 몇 번이고 땅이 흔들려 멈춰서야 했다고 전했다.
싱씨에 따르면, 지진 발생 후 네팔 수도인 카트만두 지역 고층 아파트는 물론, 건물 대부분의 벽면에 큰 균열이 생겨 모든 주민들이 바깥으로 대피했다. 건물들이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전기까지 모두 끊기면서 오후 8시만 돼도 현지는 칠흑처럼 어두워 피해 구조를 어렵게 하고 있다. 싱씨는 “네팔 주민들에게 이 정도 큰 규모의 지진이 처음이라 충격이 크다”며 “특히 아이들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진발생 이틀째인 26일에도 60여차례가 넘는 여진이 이어지면서 주민들은 한 시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길바닥에 생필품은커녕 깔개만 두고 앉아 혹시 닥칠지 모르는 추가 지진 소식에 귀를 기울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싱씨는 “강력한 지진이 조만간 일어날 것이라는 예보가 나오는데 부디 아무일 없이 지나가길 바란다”며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람중 지역 주민들은 변변치 않은 구호물품에 몸을 의지하며 거의 모든 건물이 무너져 내린 참혹한 현장에서 지내고 있다. 싱씨는 “컵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며 야외에서 버티고 있으나 밤에는 기온이 매우 낮아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월드비전 측은 야외 거주 주민들을 위한 텐트 배급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구호활동에 착수할 계획이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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