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체포…"원전반대 호소 위해 후쿠시마 모래 넣어 날려"
일본 총리 관저 옥상으로 미량의 방사성 물질을 함유한 소형 무인기(드론)를 날린 사람은 원전 재가동 정책에 반대하는 40대 일본인 남성으로 드러났다.
일본 경찰은 25일, 자신의 소행이라며 후쿠이현 오바마(小浜) 경찰서에 전날 자진 출두한 야마모토 야스오(40·山本泰雄·무직) 씨를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했다고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야마모토 씨는 "원전 반대 주장을 호소하기 위해 총리 관저로 드론을 날렸다"면서 드론에 설치한 용기에 후쿠시마(福島)현에서 채취한 모래 100g을 넣었다고 말했다. 후쿠시마현은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때 원전 사고(후쿠시마 제1원전)가 발생한 지역이다.
그는 드론의 조종기와 함께 흙과 모래를 소지한 채 출두했다. 자신의 블로그에는 총리 관저로 드론을 날린 경위 등을 상세히 기록하고, '원전 재가동 반대'라는 문구를 담은 성명문 형태의 이미지도 게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2일 오전 10시30분께 총리 관저 옥상에서 발견된 드론에는 방사능을 경고하는 마크가 붙어 있었다. 또 드론에 설치된 갈색 통에는 물이 들어 있었으며, 미량의 방사성 세슘이 검출됐다.
야마모토 씨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지난 9일 오전 3시30분 총리 관저에서 약 200m 떨어진 아카사카(赤坂)의 주차장에서 총리 관저 쪽으로 드론을 날렸으며, 중간에 조종 불능 상태가 됐다고 주장했다.
용의자 주장대로라면 지난 22일 발견되기까지 드론은 13일간 총리 관저 옥상에 놓여 있었던 것이 된다. 일본의 심장부인 총리 관저가 드론이 날아오는 것을 감지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2주 가까이 방치한 사실은 관저 경비를 둘러싼 비판 여론을 더 키울 전망이다.
야마모토 씨는 지난달 14일 후쿠시마현의 '주민 귀환 곤란 지역'에 들어가 드론에 넣을 오염 토양을 채취한 사실도 블로그에 기록했다. 또 총리 관저로 드론을 날린 데는 지난 12일 투표가 진행된 후쿠이현 지사 선거에서 현지의 원전 재가동 문제를 쟁점화하려는 동기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야마모토 씨는 작년 12월 24일에도 총리 관저 앞에서 드론을 날리려고 계획했으나 실행 직전 단념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야마모토 씨의 진술과 블로그에 올린 글들이 이번 사건의 정황과 일치한다고 판단, 그를 체포했다. 수사본부는 25일 용의자의 자택 등을 압수 수색했으며, 도쿄로 신병을 이송해 조사를 진행키로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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