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73) 한화 감독은 24일 대전 SK전에 앞서 “괜히 키워놨네”라며 옛 제자들을 상대하는 기분을 표현했다. 김 감독은 한화 지휘봉을 잡기 전 2007년부터 2011년 중반까지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세 차례 이끌었다.
그의 지도를 받은 ‘젊은 피’들은 어느덧 훌쩍 성장해 리그 정상급 선수들로 우뚝 섰다. 김 감독은 “내가 있을 때만 하더라도 20대 초중반이었던 선수들의 기량이 지금은 한껏 물이 올랐다”라며 “전력만 놓고 보면 SK는 톱 클래스 수준”이라고 맞대결을 부담스러워했다.
김 감독은 일본 오키나와 캠프부터 시범경기까지 SK와 세 차례 만났지만 공식 경기에서 만나는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제자들과의 재회는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2011년 8월17일 이후 1,346일 만이다.
하지만 실제 뚜껑을 연 결과 김 감독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한화는 선발 안영명의 5이닝 무실점 호투와 김경언의 결승타에 힘입어 SK를 2-0으로 꺾었다. 한화가 영봉승을 거둔 것은 2014년 8월25일 광주 KIA전 9-0 승리 이후 242일 만이다. 이로써 한화는 10승(10패) 고지를 밟고 5할 승률을 맞췄다.
한화 승리의 주역은 불펜에서 선발로 전환한 안영명이다. 안영명은 5회까지 매 이닝 주자를 내보냈지만 빼어난 위기 관리 능력을 뽐내며 SK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선발로 나서 3경기 연속 5이닝 이상 소화하며 시즌 3승째를 수확했다. 선발 등판 시 평균자책점은 0.56이다.
한화의 출발은 상쾌했다. 1회 1사 2루에서 3번 김경언이 우전 안타로 선제점을 올렸고, 1-0으로 앞선 4회에는 4번 김태균이 SK 선발 채병용의 시속 116㎞짜리 슬라이더를 잡아 당겨 좌월 솔로 아치를 그렸다. 전날 잠실 LG전에 앞서 경기고에서 특타를 한 효과를 본 4호 대포다. 한화는 안영명이 내려간 이후 박정진과 마무리 권혁이 각각 2이닝씩 실점 없이 책임지며 팀 승리를 지켰다.
김 감독은 경기 후 “내가 힘든 게임을 만들었다. 1점에 매우 얽매였다”며 “투수 세 명 모두 공격적으로 잘 던졌다. 어려울 때일수록 덤벼드는 피칭이 좋은데 그런 모습을 보여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롯데는 부산에서 선발 조쉬 린드블럼의 완투를 앞세워 선두 삼성을 5-3으로 눌렀다. 전날 광주 KIA전에서 6-2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9회에 끝내기 패배를 당했던 롯데는 6연승 중인 삼성을 제물로 분위기를 전환했다. 린드블럼은 마지막 이닝까지 삼성 타선을 6피안타(1홈런) 3실점으로 막았다. 투구 수는 126개였다.
수원에서는 넥센이 최하위 kt를 9-2, 창원에서는 NC가 LG를 11-3으로 완파했다. 두산은 안방 잠실에서 KIA를 7-3으로 따돌렸다.
대전=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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