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노인 성적 권리에 시사점"
미국 아이오와주 유명 정치인 출신 헨리 레이헌스(78)가 최근 알츠하이머(노인성 치매)에 걸린 부인과 성관계를 했다며 성폭행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로 풀려났다. USA 투데이 등 미국 언론은 23일 이번 사건이 노인은 물론 치매 환자들의 ‘성(性)적 권리’와 관련해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며 비중 있게 보도했다.
레이헌스는 지난해 5월 23일 부인 도나 레이헌스가 있는 요양원을 찾아 부인의 침대 주위를 커튼으로 가린 뒤 성관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치매에 걸린 부인은 ‘성관계 동의’ 등 의사결정 능력이 없다”는 요양원 직원들의 만류에도 레이헌스가 부인과 성관계를 한 만큼 명백한 성폭행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레이헌스 부인은 투병 끝에 지난해 8월 사망했고 레이헌스는 부인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현장에서 체포됐다. 유죄가 인정되면 징역 10년형까지 받을 위기에 처했다. 이 일로 레이헌스는 주 하원의원 재출마까지 포기해야 했다.
레이헌스가 체포되자 미국 내에서는 ‘치매 노인이 배우자에게 성관계를 요구하는 것이 가능한가’ 등 노인의 성적 권리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레이헌스는 당시 부인과 입을 맞추고 손을 잡는 신체적인 접촉만 있었을 뿐 성관계를 하지 않았다고 부인하면서도 부인이 지속적으로 성에 대한 욕구를 표현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그는 법정에서 “무엇인가를 희망한다는 것은 의사결정 능력이 있다는 의미”라며 “우리 부부는 때때로 유희를 즐겼다”고 말했다.
각각 이혼의 아픔을 겪은 뒤 2007년 재혼한 레이헌스 부부는 서로를 극진히 아꼈을 정도로 사이가 좋았다. 재혼 뒤 레이헌스는 부인이 좋아하는 양봉을 배웠으며, 부인은 주 의회가 열리면 의사당에 나가 레이헌스를 지켜보며 응원했다. 요양원 직원들도 부인이 레이헌스를 만나고 나면 항상 행복한 표정이었다고 진술했다.
부인의 침대 여기저기에서 레이헌스의 ‘흔적’이 발견됐지만, 문제가 불거진 직후 부인을 상대로 병원에서 이뤄진 성폭행 여부 검사에서는 이렇다 할 폭행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
결국 레이헌스 재판 배심원단은 22일 그에게 적용된 성폭행 혐의에 대해 “전혀 이유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치매 노인이라도 성에 관한 의사표시가 가능하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법정을 가득 메운 레이헌스 지지자들과 가족, 친구들은 서로 얼싸 안고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레이헌스는 “진실이 마침내 밝혀졌다”며 “아내가 살아 있었다면 재판 내내 나와 함께 했을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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