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증상 있어야 적용" 기준 바꿔
재발 잦은 유방암, 3분의 2가 무증상
PET 대신하려면 5가지 검사 필요
"우려하는 방사선 노출량 더 많다"
의료계도 "암 보장성 강화 공약 역행"
“유방암 재발 여부를 알려고 양전자단층촬영(PET)을 하려는 데 의심증상이 없으면 건강보험이 안 된다구요? 컴퓨터단층촬영(CT)나 자기공명영상(MRI) 등 다른 검사로 암을 알아내지 못하면 그 책임은 누가 지나요?”
2년 전 유방암 판정을 받고 한쪽 유방을 잘라낸 김모(36)씨는 최근 한 대학병원을 찾아 PET 검사를 하려다 담당 의사로부터 보험 적용이 안 된다는 얘기에 목소리가 높아졌다. 유방암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재발이 잦고, 특히 나이가 젊을수록 재발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처럼 최근 정부의 PET 검사의 건강보험 급여 제한을 놓고 치료를 마친 유방암 환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PET, 암 재발 의심증상 없으면 보험 안돼”
PET 검사는 몸 안의 비정상적인 생화학반응을 포착해 암을 조기에 알아내는 검사법이다. 암세포는 무한적인 세포증식을 하느라 정상세포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 따라서 암세포 주위에서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포도당 대사가 정상세포에서 보다 훨씬 더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포도당 대사의 이상을 포착하는 추적물질(방사성 의약품)을 몸에 주사한 뒤 PET로 촬영하면 몸 속 어느 부위에서 이상반응이 나타나는지 알아내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다. 한 대학병원 핵의학과 교수는 “여러 가지 영상진단장비 가운데 PET 검사가 암세포를 가장 조기에 찾아낼 수 있다”며 “CT나 MRI 검사와 달리 온 몸을 검사하므로 전이된 암세포를 단 한 번 검사로 찾아낼 수 있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도 이 같은 PET 검사의 유용성을 인정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1일 고시 개정안을 통해 PET 검사가 암세포의 전이 여부를 판단하는 데 유용하다며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는 암 종류를 늘렸다. 이전에는 유방암과 갑상선암, 위암 등의 추적검사에만 보험을 적용했는데 콩팥암, 전립선암, 방광암, 고환암 등의 환자도 보험혜택을 받게 됐다.
그런데 복지부는 지난해 말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우려해 진단횟수를 엄격히 제한했다. 기존에는 수술 후에는 1회, 항암 치료 중 2회 외에 많게는 수술 후 5년 동안 6회까지 PET 검사에 보험을 적용해줬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1일부터 ‘재발이 의심되는 증상ㆍ징후가 있거나 재발 범위를 결정하기 위해 촬영한 경우에만 인정하고, 임상적 재발 의심 소견이 없이 촬영한 경우에는 보험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보험적용기준을 바꾸었다.
초음파, CT, MRI 등의 검사 후 PET 검사가 필요하다고 인정됐을 때만 건강보험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또한 암 치료 후 재발 증상이나 징후가 없음에도 촬영하는 장기 추적검사에도 건강보험 혜택을 주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PET 검사비가 보험 적용 시 4만원이었는데 보험 적용이 안되면 70만~130만원을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PET 검사가 보험 혜택을 받으면서 2007년 촬영건수가 15만5,000건에서 2013년 36만 건으로 2.3배 늘어났다”며 “PET 1회 촬영 시 방사선 노출량이 일반 X선의 200배에 해당돼 촬영횟수를 제한할 필요가 있었다”고 했다. 복지부는 또한 “PET 검사의 34%가 무증상 장기 추적검사가 차지하고 있지만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등의 가이드라인에서도 실험적 단계로만 명시하는 등 의학적 근거가 미약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PET, 유방암 재발 추적에 매우 효과적”
이 같은 복지부 조치에 대한핵의학회를 비롯해 대한간암학회, 대한방사선종양학회, 대한외과학회, 한국유방암학회 등 10여개 학회는 암 보장성 강화라는 정부의 공약에 역행하는 조치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핵의학회는 “지난 7년 간의 PET 검사가 늘어난 가장 큰 원인은 암 분야에서 PET 검사의 유용성이 입증됐고, 검사기관이 2배 이상 늘면서 PET 검사가 대형병원에 국한하지 않고 보편화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유영훈 핵의학회 보험이사(강남세브란스병원 핵의학과 교수)는 특히 “MRI나 CT 검사 후 시행하도록 한 것은 미국 공공의료급여 기준인 CMS(Center for Medical Services) 등 여러 국제 기준에도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획일화된 PET 검사 제한으로 인해 암 수술 후 재발이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는 점을 의사들은 우려하고 있다. 암종에 따라 암 재발 시 증상이 전혀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안세현 서울아산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는 “수술 후 유방암 재발률이 25~30% 정도인데, 이 가운데 전신 재발이 48%, 수술 부위 피부, 흉벽, 유방내부에 해당하는 국소재발이 29%, 액와 림프절, 쇄골상부 림프절, 내유 림프절에 나타나는 구역 재발이 23%”라고 했다. 안 교수는 “수술 후 2~3년에 재발이 가장 흔하고, 70%가 5년 이내 재발한다”며 “이 때 통증, 기침, 두통, 덩어리 만져짐 등과 같은 증상이 있는 경우는 32%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특히 “정기 검진으로 유방암 재발이 발견하는데, 이 가운데 31%가 PET 검사를 통해서다”고 덧붙였다.
PET 검사 시 방사선 노출량이 일반 X선의 200배가 넘는다는 복지부 주장도 반박했다. 방사선 노출을 줄이려고 PET 검사 대신에 하는 유방촬영, 유방초음파, 뼈스캔, 흉부 CT, 간초음파 등 5가지 방사선 노출량을 합치면 12msv 정도로 PET 검사(10msv)보다 오히려 많다는 주장이다. 5가지 검사 수가도 45만7,742원으로 PET 검사비(47만2,100원)와 비슷하다. 게다가 PET 검사 한 번으로 끝날 일을 5가지 검사를 받으려면 몇 차례나 병원을 찾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대학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이번 복지부 조치로 환자와 의사간의 신뢰에 금이 간 것이 큰 문제”라며 “복지부의 전향적인 조치를 기대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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