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kt 내야수 박경수(31)는 올해 처음으로 팀의 중심 타선에 서고 있다. 2003년 LG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이후 하위 타선에 포진하고 주전 경쟁을 해왔지만 올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10구단 kt에 새 둥지를 틀고 난 뒤 주전 자리를 꿰찼다.
조범현 kt 감독은 박경수의 숨겨진 자질을 보고 클린업 트리오에 배치했다. 그러나 결과는 영 신통치 않았다. 조 감독은 “자꾸 맞히려고만 하고 자기 스윙을 못한다”며 “연습 때 잘 치다가도 실전에 가면 다시 공을 쫓아가려고 한다”고 아쉬워했다. 분명 좋은 자질을 갖췄는데 예전에 남았던 나쁜 버릇이 나온다는 안타까움에서 비롯된 말이다.
조 감독은 22일 수원 SK전에 앞서 조언을 했다. “4타석에서 모두 삼진 4개를 먹는다 생각하고 좋았을 때처럼 방망이를 돌려라.” 조 감독의 조언을 새겨 들은 박경수는 이날 자신의 시즌 첫 홈런과 2루타를 치며 장타력을 뽐냈다. 박경수는 이튿날 인터뷰에서 “점수는 안 나고 자리는 중심 타선에 있다 보니 쫓겼다”며 “감독님 말대로 내 스윙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 후련하다”고 반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기다렸던 홈런이 나왔는데.
“의식한 것은 아니었다. 전력 분석할 때부터 SK 선발 백인식의 바깥쪽을 버리고 가운데를 노렸다. 볼카운트도 2볼이라서 내 스윙을 가져갔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장타 갈증이 해결된 소감은.
“후련했고 기분 좋은 홈런이었다. 비록 장타자는 아니지만 내 스윙을 했다는 것이 만족스럽다.”
-중심 타선 역할은 kt에 와서 처음 맡아 낯설고 부담도 많이 됐을 텐데.
“처음에는 물론 생소했지만 중심 타자로서 상대가 어떻게 들어오는지 볼 배합을 경험할 수도 있어 야구 인생으로 봤을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조범현 감독이 공을 맞히는데 급급하다는 평을 했는데.
“그 동안 조금 급했다. 점수는 안 나고 자리는 중심 타선에 있다 보니까 쫓겼다. 감독님이 타석에서 전부 삼진을 먹어도 좋으니 원하는 스윙을 하라고 했는데 조언을 해준 그 날 홈런이 나왔다. 앞으로 삼진을 당할지라도 내 스윙을 하도록 하겠다.”
-LG에서 함께 했던 박용근과 키스톤 콤비 호흡은 어떤지.
“2007년 이후 처음인 것 같다. 서로 군대 가는 시기도 달랐고. 그래도 서로 어떤 스타일의 선수인지 잘 알고 있어 호흡은 잘 맞는다.”
-신생 팀의 고참으로서 해야 할 역할이 엄청 많을 것 같다.
“힘들어 죽겠다. 연패는 길어지고 지는 것에 익숙해지면 안 되는데. 고참 역할을 하면서 이기는 노하우를 알려주고 싶지만 제 역할을 못하는 것 같아 후배들에게 미안했다.”
-팀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하는지.
“이기는 경기를 하면서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고 나면 ‘우리 팀이 이만큼 성장했구나’라는 것을 느끼고 싶다. 경기에 나가는 선수들이 각자의 역할을 다해주고 어린 친구들이 기회가 왔을 때 경험을 쌓아 선배들하고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면 시너지 효과가 나고 강한 팀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수원=김지섭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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