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이탈리아·몰타·그리스
밀입국한 난민 3만6000명 넘지만
거처는 5000개만 제공하기로
난민보호 대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던 유럽연합(EU)이 난민 중 극히 일부에게만 거처를 제공하고 대다수는 본국으로 돌려보낼 방침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3일 열린 EU 긴급 정상회의 성명 초안을 인용, EU 정상들이 지중해를 건너 온 난민들에게 5,000개의 거처만 제공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이탈리아에 밀입국한 난민이 15만명에 달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올해 이탈리아 몰타 그리스에 밀입국한 난민만 3만6,000명이 넘는다. EU 국경관리청(프론텍스)은 새 방침에 따라 나머지 난민은 불법이민자로 규정, 신속히 본국으로 송환한다는 계획이다.
초안에 따르면 EU 정상들은 프론텍스가 담당하는 해상순찰 ‘트리톤’ 작전과 이탈리아 해안에서 30마일 이내를 감시하는 ‘포세이돈’ 작전에 대한 자금 지원을 올해와 내년 두 배로 늘리기로 했다. 이는 앞서 20일 열렸던 EU 외무ㆍ내무장관 회의 방침을 재확인하는 정도에 그쳐 앞으로도 난민 수색과 구조작업이 대대적으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을 시사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프론텍스 수장인 파브리스 레저리는 정상 회의를 하루 앞둔 22일 “트리톤의 첫 번째 목적은 해상순찰이며 프론텍스의 권한 안에서 난민 수색과 구조가 확대돼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잇따른 지중해 난민선 참사를 막기 위해선 해상순찰보다 항공기를 이용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U 정상들은 또 성명 초안에서 밀입국에 이용되는 선박을 찾아내 파괴하는 작업에 즉시 착수하는 한편 국제법을 준수하면서 밀입국 조직에 대한 공동 군사작전을 실행하기로 뜻을 모았다. 또 난민 등록을 돕는 긴급지원팀을 이탈리아에 파견하고 튀니지와 이집트 수단 말리 니제르 등에 국경순찰을 지원해 애초 난민들이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널 수 없도록 하기로 했다. EU 정상 초안은 지중해에서 발생하는 난민 참사를 비극으로 규정하고 더 이상 바다에 빠져 죽는 난민이 없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가디언은 “성명의 세부내용을 보면 정상들이 최종 합의할 대책은 이 같은 야심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국제기구와 전문가들의 지적도 쏟아졌다. 국제앰네스티는 EU가 내놓은 대책에 대해 "한심할 정도로 부족하고, 부끄러운 수준의 대응"이라고 혹평했다. 앞서 엠네스티는 지중해에서 희생되는 난민이 급증한 것은 EU 당국과 EU 회원국 정부의 무관심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난민망명자를 위한 유럽이사회'도 EU 지도자들에게 "난민의 유럽 유입을 막는 대책이 아니라 생명을 구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을 정치적 용기를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난민기구(UNHCR) 최고대표,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 윌리엄 레시 스윙 국제난민기구(IOM) 사무총장 등은 난민 대책에서 인간의 생명과 권리, 그리고 존엄성을 가장 먼저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
유엔은 내전이 악화하면서 지난해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 지중해를 통해 유럽으로 들어오려던 난민들 중 3,500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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