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 구속… 폐기업체서 유출된 듯
폐기 처분된 수표를 새 것처럼 위조해 시중에 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금융기관에 금액이 입금돼 폐기 처리된 수표 1억4,000여만원 상당을 사용한 혐의(사기 등)로 조모(62)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 등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서울 종로 귀금속 상가에서 폐기 수표로 시가 4,500만원 상당의 명품시계 3개와 6,000만원에 달하는 다이아몬드를 구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조씨가 사용한 수표는 2012년 1월 경기 안산시 고잔동의 한 새마을금고에서 폐기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이 금고가 폐기전문 업체에 폐기 의뢰한 수표는 70여만장으로 이 중 10만~1,000만원권 수표 7,000여장이 통째로 폐기되지 않고 외부로 유출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통상 수표가 입금되면 금융기관은 외부 업체에 폐기를 의뢰한 뒤 수표 앞면에 선을 긋거나 도장을 찍고 구멍을 뚫어 사용할 수 없게 만든다. 그러나 조씨 손에 들어간 수표는 앞면에 선만 그어져 있었을 뿐 천공 처리는 되지 않았다. 때문에 조씨가 화학약품으로 수표 겉면의 선을 지워버리자 육안으로는 폐기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심지어 조씨가 사용한 100만원권 폐기 수표 2장은 현금입출금기에 입금까지 가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조씨가 “아는 조선족에게 받았다”며 상세 입수 경로에 대한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조씨가 사용한 수표를 일부 수거했으나 여전히 훨씬 더 많은 양의 폐기 수표가 유통되고 있을 가능성을 열어 두고 금융기관에 주의를 당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공범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표 폐기를 맡은 업체를 상대로 조사 중”이라며 “폐기 수표 관리 시스템의 문제점을 전반적으로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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