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2007년 말 2차 특별사면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당시 사면이 노무현 정부의 특혜로 이뤄졌다고 주장하는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명박 대통령당선자 측 요청에 따른 조치였다고 맞서고 있다. 사면 논란은 4ㆍ29 재보궐 선거를 앞둔 전략적 이해관계가 얽혀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먼저 분명히 해둘 것은 성 전 회장 사면이 ‘성완종 리스트’ 파문의 본질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말할 것도 없이 성 전 회장의 불법 정치자금 의혹 규명이다. 하지만 지금은 정권 핵심 실세들의 금품수수 의혹에 못지 않게 사면 논란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수세에 몰린 여권이 일종의 ‘국면전환용 물타기’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보이면서 이 문제가 실제 이상으로 증폭돼가고 있다.
여야의 주장을 들여다보면 좀처럼 실체를 밝혀내기 어려운 사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단 양측은 성 전 회장의 2차 사면이 이례적으로 막판에 추가됐다는 데는 동의한다. 2007년 12월 초ㆍ중순 당시 청와대가 성 전 회장을 포함한 사면 명단을 보냈으나 법무부는 2005년의 사면 전력과 집행유예 기간 등을 이유로 불가의견을 냈다. 그러자 노 전 대통령은 12월28일 성 전 회장이 빠진 명단을 재가했다. 하지만 12월31일 성 전 회장이 단독으로 추가돼 결국 다음날인 2008년 1월1일자로 사면됐다. 관건은 12월28일과 31일 사이 나흘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밝히는 데 달린 셈이다.
문제는 그 기간에 일어난 일을 확실히 기억하는 인물도 없고 아무런 관련 자료도 남아있지 않다는 데 있다. 유일한 실마리는 12월28일 저녁 노 대통령과 이 당선인이 청와대 만찬을 했다는 것뿐이다. 의혹을 제기한 새누리당도 성 전 회장을 사면 명단에 포함시키라고 한 노무현 청와대 인사에 대해 “모른다”고 하고, 이명박 인수위 요청이라는 새정치민주연합도 그 인사가 누구였는지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양측이 관련 인물을 아무리 동원해본들 소모적이고 지루한 정치 공방 수준을 벗어날 수 없게끔 돼있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특별사면에 대한 검찰수사 촉구와 국정조사 검토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검찰 특별수사팀은 ‘성완종 리스트’를 확인하는 것조차 시간적, 물리적 한계를 호소하고 있다. 그런 마당에 막연한 의혹까지 덧붙이라는 것은 이번 수사를 아예 하지 말라는 것밖에 안 된다. 산적한 국정과제 해결을 강조하는 새누리당이 과녁을 흐리기 위한 수단으로 사면 논란을 키우는 것은 모순적인 행태다. 정치권이 이번 특사 논란을 계기로 사면 제도에 대한 입법 보완책 마련에 나서는 게 더 합리적이고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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