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모닌 러 대사 이례적 간담회
"6자회담 이견 있어도 재개해야
러, 개성공단 적극 참여 준비돼"
알렉산드르 티모닌 주한 러시아대사가 23일 서울 정동 대사관으로 외교부 담당 기자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 러시아대사가 방송 카메라까지 앞에 놓고 한국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5월 9일 러시아의 2차세계대전 전승기념일 행사 소개를 위해 마련된 자리였으나 러시아의 광폭 외교 행보에 관심이 쏟아졌다.
티모닌 대사는 이날 간담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전승절 참석부터 북핵,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개성공단까지 각종 현안 질문에 거침 없이 답했다.
그는 우선 김 위원장 방러에 대해 “북한 최고 지도자의 참석은 외교적 통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항상 공개로 하는 게 아니다”라면서도 “아마도 (모스크바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 외교 보좌관도 2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을 준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티모닌 대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전승절 행사 불참에 대해선 “대한민국 대통령의 결정을 존중하고, 이 결정이 양국관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티모닌 대사는 북핵 문제에 대한 입장도 내놓았다. 그는 “러시아는 북한의 핵,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철저하게 반대해왔다”며 “(북핵 6자회담 관련국 간) 일정한 이견이 있어도 조속한 (회담) 재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 지도부도 핵 문제와 관련된 회담 재개에 관심이 있고, 북한은 협상을 통해 타협할 준비가 돼 있다”며 “북한은 협상이 평등한 조건에서 이뤄져야 하고 일방적 전제조건을 내세워서는 안 된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사드 한반도 배치 논란에 대해선 “사드는 미국의 글로벌 미사일방어(MD) 일환이고 러시아 주권 침해라 반대한다”며 “(사드 배치라는)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그 결정이 지역 정세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을 감안해야 한다”고 견제했다. 그는 또 “러시아는 개성공단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며 러시아 고려인 출신 기업인 제안으로 개성공단에서 식품 생산 관련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티모닌 대사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한국에선 유감스럽게도 서양 보도를 주로 인용하는데 러시아 언론을 더 주의 깊게 보고 우리 보도에 기초했으면 좋겠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1월 한국에 부임한 티모닌 대사는 2012년 5월부터 2년 반 동안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를 역임한 한반도 전문가로, 한국어도 수준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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