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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성주간지 아베 정권 비판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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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성주간지 아베 정권 비판 왜?

입력
2015.04.2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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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들 대지진·원전사고 계기

"정치·생활 직결 실감" 트렌드 반영

여성 주간지가 가득 꽂혀있는 일본의 한 가판대. 박석원 특파원.
여성 주간지가 가득 꽂혀있는 일본의 한 가판대. 박석원 특파원.

연예가십이나 미용 정보로 도배되기 일쑤였던 일본 여성주간지에 진한 정치색이 입혀지기 시작했다. 안전보장법제나 헌법개정, 원전 재가동, 아베노믹스 등을 다루거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기사가 등장하고 있다.

일본의 3대 여성주간지인 ‘여성세븐’‘여성자신’‘주간여성’의 최근 제목들을 보면 “아베는 세계에서 여성멸시로 여겨진다”“아베 정권은 여자의 눈물겨운 노력을 몰라”등 지금까지 생소했던 정치성 문구들이 자주 눈에 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23일 이 같은 트랜드가 등장한 계기를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꼽았다. ‘주간여성’의 와타나베 다카시(渡?高嗣) 부편집장도 “원전사고를 겪으면서 일본인들 사이에선 최악의 경우엔 어떻게 되는 건지 궁금하다는 요구가 커졌다”며 “가족이나 아이를 지켜야 하는 여성들은 이런 이슈에 관심이 크다”고 설명했다. 주독자층인 주부들이 자녀의 밝은 미래나 안전한 사회를 갈구하는 만큼 그 의문에 답하는 게 당연한 편집방침이 됐다는 것이다.

‘주간여성’에선 매주 40개의 기사 중 인기 베스트10을 뽑는 독자설문조사를 실시하는데, 요즘은 의외로 정치기사가 단골후보다. 예를 들면 첫 여성 총리감이란 소리를 들었던 오부치 유코(小淵優子) 전 경제산업장관이 불법정치자금으로 낙마한 소식 같은 것들이다.

‘여성자신’은 이달 7일자에 ‘국민을 짓밟는 나라가 괜찮아요?’란 르포기사를 실었다. 미군비행장 이전예정지인 오키나와(沖繩) 헤노코(邊野古) 지역 분위기를 취재한 내용이다. 아들 두 명을 둔 주부가 “일본이 이제 전쟁하는 나라가 되는 건가요. 징병제가 부활하는 것 아닌가요”라며 걱정하는 모습을 생생히 전달했다. 독자들 사이에선 “미용실에서 읽었지만 다시 돈 주고 잡지를 사봤다”는 반응도 쏟아졌다고 한다.

또 ‘여성자신’은 지난해 5월 27일호에서 역사교과서 채택문제를 다루며 ‘중국보다 아베가 더 무섭습니다!’란 표제를 달았다. 하라주쿠 상담센터 노부타 사요코 소장은 “여성들이 원전사고를 경험한 뒤로는 정치가 생활의 안정과 직결된다는 것을 실감하기 시작했다”며 “아베노믹스가 성공했다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괴롭다. 남성보다 여성이 더 피부로 느낀다. 불만과 불안이 여성지에 반영되는 건 당연하다”고 전했다.

월간패션잡지 ‘베리(VERY)’는 지난해 ‘엄마야말로 헌법개정 전에 지식개정’이란 특정비밀보호법 관련기사를 선보였는데, 발매 전 내각홍보실이 잡지사에 전화를 건 사실이 알려져 언론통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아베정권의 ‘우머노믹스’의 일환으로 내세우는 여성인력 활용 캐치프레이즈도 듣는 입장에선 남성위주 사고방식에 거부감을 느낀다는 반응도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여성지에 분출하는 분노의 마그마를 무시하면 지각변동으로 이어질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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