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재판서 범행 정당성 주장
“저 때문에 단 하루 훈련이 중단돼 많은 사람들이 다치지 않았다는 것을 (재판부가) 판단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를 습격한 혐의(살인미수 등)로 구속 기소된 김기종(55)씨가 첫 재판에서 자신의 범행을 이같이 자평 하며 보람을 느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리퍼트 대사에 대한 사과 없이, 수 차례 방청석을 향해 웃어 보이기까지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김동아)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김씨는 하늘색 수의차림에 다리에 깁스를 한 채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들어섰다. 여유 있는 표정의 김씨는 방청석을 둘러보며 지인들과 눈인사를 나누었다. 김씨는 이어 “분단 70주년을 맞아 이산가족 상봉이 예정돼 있었는데 이번 (한미합동군사)훈련 때문에 갑자기 중단됐다”며 범행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는 “훈련 중 얼마나 많은 사건이 일어나고 사람들이 다쳤는지 궁금하다”고도 했다. 그러나 변호인은 “김씨가 미국이 한반도에서 하는 훈련에 감정을 갖고 현장에서 즉흥적ㆍ충동적 분노를 일으킨 것”이라며 “김씨의 표현으로 보면 (습격은) 일종의 ‘퍼포먼스’이고 살해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김씨가 사용한 흉기와 리퍼트 대사의 깊은 상처를 고려하면 살인의 고의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지난 3월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민화협 주최 조찬강연회에서 길이 24㎝인 흉기로 리퍼트 대사의 얼굴과 왼쪽 손목 등을 수 차례 찔러 살인미수 및 외교사절폭행, 민화협 업무방행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5월 13일.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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