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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민시인 "보수화 하는 日학교에 숨통 터 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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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민시인 "보수화 하는 日학교에 숨통 터 줬으면…"

입력
2015.04.2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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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시인과 대시집 출간 인연… 시낭송 콘서트ㆍ대담 함께 열어

한국을 방문한 일본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왼쪽)와 신경림 시인은 시를 매개로 3년 째 친분을 쌓고 있다. 예담 제공.
한국을 방문한 일본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왼쪽)와 신경림 시인은 시를 매개로 3년 째 친분을 쌓고 있다. 예담 제공.

“일본 시는 난해하다는 생각이 컸는데 다니카와 선생의 시를 접한 뒤부터 바뀌었습니다. 제가 가장, 또 유일하게 좋아하는 일본 시인입니다”(신경림).

“시가 점점 일상과 동떨어져 학구적이 되어가는 건 일본과 한국이 마찬가지인 듯 합니다. 신경림 선생의 시를 보며 친근감을 느낄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다니카와 슌타로).

한일 대표시인 신경림(80)씨와 다니카와 슌타로(84)씨가 만났다. 시선집 출간 및 시낭송 콘서트 참석 차 방한한 다니카와씨는 23일 광화문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경림 시인과 2년여 만에 얼굴을 마주했다.

두 시인의 친분은 2012년 다니카와씨가 신씨의 시집 ‘낙타’의 일본 출간 기념회에 참석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2013년 파주출판도시에서 한 번 더 만난 두 사람은 2014년 1월부터 6월까지 대화하듯 시를 주고 받는 대시(對詩)를 나누며 시적 교감을 싹 틔웠다. 그 와중에 터진 세월호 참사는 두 시인의 소통을 한층 심화시켰다. 신씨는 침통함으로 얼룩진 시를 써 보냈고 다니카와씨는 무한한 위로의 마음을 담은 시로 화답했다.

다니카와씨는 “언어가 다른데도 시를 통해 교감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쁨을 느끼던 중 세월호 참사가 터져 분위기가 매우 긴박해졌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신씨는 “그때는 충격이 너무 커서 시 쓸 마음이 싹 사라졌었다”며 “그래도 내 복잡한 심경을 시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펜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시들은 대시집 ‘모두 별이 되어 내 몸에 들어왔다’(예담)로 묶여 3월 한일 동시 출간됐다.

시를 매개로 한 두 사람의 만남은 이번에 국내 출간된 다니카와의 시선집 ‘사과에 대한 고집’(비채)의 감수를 신씨가 맡는 것으로 이어졌다. 다니카와의 시력 63년을 기념해 나온 ‘사과에..’에는 지금까지 쓴 시 중 대표작 60여 편과 에세이, 인터뷰 등이 수록됐다. 그가 이름을 알리게 된 ‘이십억 광년의 고독’(1952)부터 ‘사과에 대한 고집’(1975), ‘영혼의 가장 맛있는 부분’(1990), ‘2페이지 둘째 줄부터(2013)’까지, 노인처럼 번뇌했다가 아이처럼 천진난만해지는 다니카와의 폭넓은 시세계를 총체적으로 느낄 수 있다.

다니카와는 만화 ‘아톰’의 주제가 가사와 150여 개 학교의 교가 노랫말을 쓴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일본의 국민시인’이라는 수식에 대해 “국가라는 단어 자체를 싫어한다”며 “교가 가사를 쓴 것도 점점 보수화하는 일본 학교에 조금이라도 숨통을 틔우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시는 이해하는 게 아니라 맛보는 것”이라며 “한국 독자들에게 (내 시가) 일상의 희로애락을 넘어서는 감동을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현대시가 점점 대중에게서 멀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선 두 시인 모두 공감했다. 다니카와 씨는 “일본의 시는 팔리는 시와 안 팔리는 시로 완전히 양분된 상태”라며 “행과 연이 있는 전통적 형태의 시(poem)는 사라지고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시정(詩情?poesy)은 코미디, 패션, 드라마, 팝 등 다양한 영역에서 얇고 넓게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신도림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는 두 시인의 시낭송 콘서트가 열렸다. 시가 무력한 시대에 시의 사회적 역할을 다시 생각한다는 주제로 두 시인이 대담을 나눴고, 장순향 무용단이 두 사람이 나눈 대시를 춤으로 풀어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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