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폴라니 딸 폴라니 레빗 교수 방한
칼폴라니연구소 아시아지부 개소식 참석차
“시장주의 일변도가 만들어 낸 환경 파괴나 지독한 불평등이 결국 앞선 문명을 붕괴시켰다는 점을 우리는 늘 인식해야 합니다.”
사회적 경제 이론의 토대를 닦은 경제인류학자 칼 폴라니(1886~1964)의 외동딸이자 칼폴라니정치경제연구소 명예이사장인 폴라니 레빗 캐나다 맥길대 교수가 연구소 아시아지부인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KPIA) 개소식(24일)과 심포지움 참석을 위해 방한했다.
23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연 간담회에서 그는 “21세기는 시장의 작동이 삶을 지배하는 지독한 시장 지배의 상황”이라며 “사회전체가 경제 성장의 필요에 복무하는 상황이 돼버렸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민주주의가 존재하지 않았던 19세기 중반 이전의 유럽 상황보다 현재 불평등이 증가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경제가 상위 부자들의 부 축적 매커니즘으로 전락해버렸고 그 과정에서 금융부문이 암 덩어리처럼 계속 불어나 산업경제를 암세포처럼 먹어 들어가는 일이 벌어졌다”고 꼬집었다.
또 “19세기 문명이 1914년 즈음 (세계대전 등으로) 완전히 붕괴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물론 칼 폴라니가 문명의 붕괴를 예언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잘못을 반복할 것인지, 문명이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 대해서 분명한 책임의식 가지고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레빗 교수는 “(탈산업화, 정보화가) 풍요와 여가의 가능성을 열었지만, 현실에서는 노동에서 배제된 수 많은 유럽과 미국의 고학력 청년들이 택시운전을 비롯해 2,3개의 일을 하며 정보기술 혁명의 수혜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여가와 삶,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경제생활의 조직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의 구체상황은 알지 못하지만, 경제권력이 엄청나게 집중돼 있다는 것은 너무 유명한 이야기”라며 “이 같은 집중된 경제성장은 필연적으로 불평등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빠르게 성장해온 동아시아가 앞으로 세계경제에서 지배적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나, 불균형과 환경파괴가 심각하다는 특징이 있다”며 “서양의 쇠퇴, 중동과 아프리카의 혼란 속에 아시아가 이상적 선회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아시아 지부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24일 문을 여는 KPIA는 칼 폴라니의 학술성과를 계승하고 시장경제와 공공경제가 조화를 이루는 서울형 사회적경제 모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며 박진도 충남대 교수가 연구소 협동조합 이사장을, 정태인씨가 소장을 맡았다.
글ㆍ사진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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