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여객기 고의 추락 후폭풍… "공공 안전 위해 정신병력 공개" 목소리 커져
부기장의 ‘자살비행’으로 탑승객 150명이 전원 사망한 독일 여객기 저먼윙스 4U4525편 사건이 촉발한 개인의 의료기록 공개 논란이 쉽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살비행 사건으로 다수의 안전을 위해서는 의료진이 직장이나 관계당국에 정신질환 병력을 보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원칙적으로 정신병력을 포함한 개인 의료기록은 유럽과 미국에서 모두 법적으로 비밀이 보장된다. 저먼윙스 모회사인 루프트한자도 성명에서 “루비츠 부기장의 우울증 병력을 독일연방항공청(LBA)에 알릴 의무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미국에선 연방법과 주법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정신질환자의 총기난사 사건이 잇따르면서 의료기록 비밀보장 원칙이 조금씩 약화됐다. 콜로라도주 오로라시 영화관과,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2012년 7월과 12월에 각각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이 대표적이다. 특히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이후 뉴욕주는 법을 바꿔 “환자가 스스로나 또는 다른 사람에게 심각한 해를 입힐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의료진이 지역 보건당국에 이를 보고하도록 의무화 하고 있다. 학생 20명, 교직원 6명을 죽이고 자살한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범인 애덤 란자(당시 20세)는 2005년 아스퍼거 장애 진단을 받고 2006, 2007년 항우울제와 항불안제를 처방 받았다.
앨런 네스먼 미국심리학회(APA) 자문위원은 “미국 일부 주에서 심리치료사가 환자가 ‘위험인물’이라는 사실을 사법당국이나 특정 대상(직장 동료나 상사 등)에 알리지 않으면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지만 동시에 전문가가 경고한 위험이 과장됐거나 충분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밝혀지면 환자의 비밀을 보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소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아무리 제한된 조건 아래서라도 정신병력을 공개하기 시작하면 환자들이 ‘사회적 낙인’이 두려워 치료를 받지 않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제프리 칸 웨일코넬의과대 정신의학과 임상 부교수는 “직무상 알게 된 환자 비밀을 누설하거나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의사 윤리는 개인을 위해서나 공익을 위해서나 중요하다”며 “이런 보호장치가 없다면 사람들은 도움이 필요해도 치료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칸 교수는 환자의 의료기록을 공개해달라는 일부 고용주 요청을 거절해 왔다고 WSJ은 전했다.
사회적 낙인에 대한 두려움에 예외는 없다. 조종사들이 이를 걱정해 정신질환을 숨길 가능성이 제기되자 2010년 미국연방항공청(FAA)은 관련 규정을 완화했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조종사들은 항우울제를 복용할 수 있고 경증이면 비행을 해도 된다. 규정 완화에도 그러나 일부 조종사들은 항우울제 복용 사실을 숨기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미국 성인의 10명 중 1명이 항우울제를 복용할 만큼 미국에서 우울증은 보편적인 정신질환이지만 항우울제 복용을 관계당국에 보고한 조종사 비율은 극소수라고 미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는 전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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