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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풀리는 유로존, 돈 몰리는 유럽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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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풀리는 유로존, 돈 몰리는 유럽펀드

입력
2015.04.22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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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유로존 탈퇴 위험에도

지난 1주간 1187억원 유입 1위

올들어 수익률 16.5%로 급반등

그리스 채무불이행(디폴트)과 유로존 탈퇴(그렉시트)라는 메가톤급 뇌관이 도사리고 있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그런데 이곳에 투자하는 유럽펀드가 요즘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몇 달간 해외펀드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인 건 단연 중국펀드이지만, 올 들어 가장 많은 돈을 끌어들인 건 유럽펀드다. “중국펀드가 오후 3시 강렬한 햇볕이라면, 유럽펀드는 오전 11시 따스한 햇살”이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그리스 문제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지금 왜 유럽펀드에 돈이 몰리는 걸까.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주간 유럽증시에 투자하는 펀드에 새로 유입된 금액은 1,187억이었다. 전체 지역펀드 중 설정액(펀드에 들어온 투자금) 증가분이 가장 크다. 1개월 증가액 역시 5,070억원으로 1위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저조한 편이던 수익률도 올 들어서는 급반등하는 추세다. 3개월 수익률은 14.06%이고, 연초 이후 수익률은 16.51%로 러시아펀드(24.59%)와 중국펀드(23.50%)에 이어 3위를 기록 중이다. 개별 펀드를 봐도 거의 대부분 주식형 유럽펀드의 3개월 수익률이 10%를 웃돈다. 유동완 NH투자증권 포트폴리오솔루션부 차장은 “유럽펀드는 크게 영국시장(파운드화 사용)을 포함하는 펀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 투자하는 펀드, 동유럽펀드로 나뉜다”며 “지금은 특히 유로존 펀드가 정책적 수혜를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이 꼽는 가장 큰 요인은 유럽중앙은행(ECB) 양적완화에 따른 유동성의 힘이다. 3월부터 ECB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 유로존 정부 국채를 사들이면서 시중에 막대한 돈을 풀고 있는 상황. ECB가 내년 9월까지 풀기로 약속한 돈이 1조1,000억유로(1,276억원)에 달한다. 지금까지 그 효과는 매우 긍정적이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유럽팀장은 “양적완화에 따라 증시ㆍ부동산 시장이 호전됐고, 유로화 약세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뭉칫돈이 유럽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도 유럽증시의 호재다. 강달러-약유로 덕에 유럽 기업 실적이 호전될 것으로 보이는 반면, 미국 경기는 생각만큼 빨리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실망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독일을 중심으로 소비심리도 개선되고 있어, 재정위기가 불거진 2011년 이후 장기침체를 겪어 온 유로존 경기가 회복할 것이란 기대도 크다.

물론 그리스 문제는 넘어야 할 산이다. 일시적 디폴트를 넘어 그렉시트로 이어진다면 유럽증시에도 다시 찬바람이 몰아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상당수 전문가들은 유럽펀드에 장밋빛 전망을 내놓으며 “아직 늦지 않았다”고 조언한다. 오재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그리스 문제가 우려할 만 하지만 그 시나리오가 예상되고, ECB가 양적완화를 이제 막 시작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전망이 밝다”며 “유럽증시를 선진국 시장에서는 가장 투자를 우선해야 할 지역으로 꼽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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