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같은 실루엣으로 명성
그레타 가르보ㆍ미셸 오바마 즐겨
내달 3일까지 40점 전시
여자의 몸은 언제 가장 아름다운가. 프랑스 의상 디자이너 아제딘 알라이아(80)의 디자인은 이 물음에 대한 단호한 응답이다. 아름답게 드러날 때 아름답다는 것. 아름다운 몸만 아름다운 것도 아니고, 드러낸다고 아름다운 것도 아니다. 허리를 조르고 보디라인을 두드러지게 하는 독특한 곡선재단으로 몸 위를 휘감아 흐르며 밀착하는 그의 옷은 여성에게 완벽한 실루엣을 선물하며, ‘여성의 몸을 여성보다 더 잘 표현하는 디자이너’의 왕좌에 그를 등극시켰다. “내가 만든 옷은 몸을 가지고 존중해야 하기 때문에 나는 살아있는 몸 위에서 작업해야만 한다”는 게 ‘밀착의 귀재(The King of Cling)’로 통용되는 이 디자이너의 수십 년간 변치 않는 패션 철학이다.
미술과 패션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옷을 예술작품의 경지로 끌어올린 알라이아의 드레스 전시가 다음달 3일까지 서울 청담동 ’10 꼬르소 꼬모’와 소공동 에비뉴엘 노벨티존에서 열린다. 튀니지 출신으로 파리 에콜 드 보자르에서 조각을 전공한 알라이아는 1985년 프랑스 문화부가 수여하는 ‘올해의 디자이너 상’과 ‘올해 최고의 컬렉션’을 수상했으며, 2008년에는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이 선정한 ‘이 시대 최고의 디자이너’로 선정됐다.
1970년대 후반 개인 아틀리에를 연 그는 조각을 통해 익힌 인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몸 위에 조각하듯 작업하며 헌신적인 고객층을 구축해왔다. 무성영화 스타 그레타 가르보부터 마돈나, 재닛 잭슨, 리애나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의 대중스타들은 물론 카를라 브루니, 미셸 오바마 등 주요 국가의 퍼스트레이디도 그의 주요 고객이다. 알라이아 쇼를 통해 세계적인 슈퍼모델이 된 나오미 캠벨도 그의 열성적인 팬. 언론에 노출되기를 극히 꺼리는 성향 탓에 소규모 개인 쇼룸-창문도 없다-을 고집하고, 쇼도 VIP만 초대해 조촐하게 열고 있지만, 패션계에 끼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시대별 디자인을 대표하는 빈티지 드레스 26점(청담점)과 그리스 여신풍 드레스인 ‘가데스 컬렉션’ 14점이 선보인다. 그 중 청담점 전시는 2013년 파리 패션박물관 팰레 갈리에라의 재개관 기념 전시로 열렸던 알라이아의 연대순 컬렉션 중 상당수가 포함됐다. 흡사 뱀처럼 몸의 굴곡을 휘감으며 흐르는 지퍼 드레스(사진)를 비롯해 완벽한 절개선이 돋보이는 모래빛 드레스 등 대표작이 두루 망라됐다. 소재도 저지처럼 신축성 있는 것을 주로 선택해 밀착의 미학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편안한 착용감을 강조했다. 가장 놀라운 것은 수십 년의 시차에도 크게 변화하지 않는 디자인. 그 자체로 유행의 쓰나미에 휩쓸리지 않는 단단한 기본의 저력을 입증한다.
전시에 사용된 마네킹은 각각의 드레스 전용으로 특별 제작된 것들이다. ’10 꼬르소 꼬모’는 관을 짜듯 각각의 마네킹을 특별 포장해 공수해 오느라 상당한 비용을 들였다. 상업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알라이아의 옷은 일절 협찬이 안 되고 있지만, 재계와 연예계의 패셔니스타들에게 인기가 높다. 가격대는 가장 싼 것이 120만원짜리 흰 셔츠, 악어가죽 코트는 억대에 이른다. 부를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부자들을 능히 사로잡을 만한 옷이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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