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LG와 한화의 경기가 열린 잠실구장. 경기 전 두 팀 더그아웃의 공통된 화두는 전날 5회말에 나온 한화 포수 정범모의 뼈아픈 플레이였다. 한화가 0-2로 뒤진 5회말 2사 만루에서 한화 선발 쉐인 유먼은 LG 좌타자 이진영과 풀 카운트 승부 끝에 6구째 회심의 직구를 던졌지만 이진영의 방망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우효동 주심의 손도 올라가지 않았다. 하지만 스트라이크라고 확신한 정범모는 삼진을 잡아낸 뒤 늘상 하던 것처럼 1루수 김태균에게 공을 던져 버렸다. 이진영의 볼넷으로 밀어내기 점수를 얻은 LG는 이 사이 정범모의 어이없는 플레이도 놓치지 않았다. 2루주자 정성훈은 이진영의 볼넷으로 편안하게 3루에 도달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는 정범모가 비워둔 홈 플레이트를 향해 전력질주 했다. 김태균이 뒤늦게 홈으로 베이스 커버를 들어가는 투수 유먼에게 송구했지만 유먼은 공을 놓쳤고, 정성훈은 슬라이딩으로 추가점을 올렸다. 기록원은 1루에 불필요한 송구를 해 추가 득점을 허용한 포수 정범모에게 실책을 줬다.
정범모는 우효동 주심에게 억울함을 호소했고, 김성근 한화 감독도 나와 어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김 감독이 항의한 건 “스트라이크가 아니냐”는 것이었다. 정범모의 행동 자체는 명백한 본헤드플레이였음을 김 감독도 인정한 것이다. 우효동 주심은 전날 상황에 대해 “맹세코 스트라이크라고 말한 적도 없고, 오해를 살 만한 제스처도 하지 않았다”면서 “‘볼 사이드’라고 말한 것 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이 부분이 정범모가 순간 착각한 대목이다. 심판들마다 스트라이크-볼 판정의 콜에 개인차가 있는데 스트라이크에는 우렁찬 함성과 함께 손을 올리는 등의 액션을 취하는 반면 볼에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나지막히 ‘볼’이라고 말하는 심판도 있다. 하지만 우효동 주심의 경우 볼이라도 높은 볼이면 ‘하이 볼’이라 외치고, 낮은 볼이면 ‘로 볼’, 문제가 된 장면처럼 옆으로 빠지는 볼은 ‘볼 사이드’라고 외치는 습관이 있다. 그는 “심판 경력 19년째 똑같이 하고 있는 것이라며 타자들에게 왜 볼인지 알려주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해 왔다”고 덧붙였다.
정범모는 ‘볼 사이드’를 스트라이크라고 알아들은 것이다. 그래도 정범모의 실수가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날 경기 중계를 맡은 이효봉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은 “주심의 손이 올라가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하다. 제스처 없이 말로만 스트라이크를 외치는 경우를 본 적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정범모는 경기 직후 심판실을 찾아 우효동 주심에게 사과했지만,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우효동 주심은 “착한 선수인데 실수 한 번으로 너무 큰 짐을 지우는 것 같다”고 감싸 안았다. 정범모의 실수가 더 크게 부각된 건 사실 정성훈의 민첩한 플레이 때문이었다. 양상문 LG 감독은 “심판들마다 시그널이 다르다. 정성훈이 넓은 시야로 소중한 점수를 올려줬다”고 평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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