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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아이폰? 뭘 봐도 내 '예쁜 쓰레기'만 못하더라

입력
2015.04.22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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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센터 드물어 해외로 보내거나 직접 분해하기는 일상

한글 지원 안 돼 사전 찾으며 쓰고 앱은 비공식 경로로 구해

가끔 일제 쓴다고 친일파라고 욕하는 사람도 있어

그래도 포기 못하는 희귀 스마트폰의 매력, 한번 들어보실래요?

한국은 스마트폰 거대 제조사 삼성과 LG의 안방이다. 그리고 열성적인 애플 팬들이 넘친다. 게다가 남과 다른 개성을 중시하면서도 혼자만 튀면 안 된다는 식의 획일성이 은연 중 강요되는 곳이다. 그 결과 삼성, LG, 애플 제품만 잘 팔리는 쏠림 현상은 시간이 갈수록 심해져 지난해 말 세 회사의 국내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 합계는 93%에 달했다. 팬택을 합친다면 4사 합계가 거의 100%에 육박할 정도.

그래서 세계 최첨단 스마트폰 시장임에도, 한국에서 주요 회사 제품이 아닌 단말기를 쓰는 건 뭔가 결기와도 같은 각오를 필요로 한다. 필요한 건 또 있다. 매일같이 듣게 되는 “그걸 왜 쓰냐?”는 질문에 화내지 않고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해 줄 인내심, 삼성이나 애플에서 출시되는 반짝반짝 신상품에 유혹되지 않을 굳은 심지, 여차하면 스스로 공구를 들고 분해ㆍ조립을 반복할 수 있는 손기술, 산 지 한 달밖에 안 됐더라도 수리가 안 되면 초개와 같이 버릴 수 있는 대범함 등이다.

하지만 “유난스럽다”는 주위 시선에도, 남들이 안 쓰는 휴대전화를 구입해 그야말로 사서 고생을 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 왜 국내에서 팔지도 않는 마이너폰을 굳이 고수하며 외로운 ‘론리 어댑터’(Lonely Adapter)가 되었는지, 사용자들로부터 그 이야기를 직접 들어 봤다.

블랙베리 Q5를 쓰는 김한슬기(왼쪽)씨와 소니 엑스페리아 Z3C를 쓰는 조한울씨가 자신들의 휴대전화를 들어 보이고 있다.
블랙베리 Q5를 쓰는 김한슬기(왼쪽)씨와 소니 엑스페리아 Z3C를 쓰는 조한울씨가 자신들의 휴대전화를 들어 보이고 있다.

● ‘예쁜 쓰레기’와 동거-블랙베리 사용자 김한슬기(24)씨

“와, 블랙베리다!”

블랙베리를 꺼내면 주변 시선이 온통 내 손으로 쏠린다. 지하철 안에서 힐끗거리는 눈길에도 익숙하다. 이렇게 블랙베리에는 주변 시선을 잡아 끄는 매력이 있다. 유난히 튀는 외모. 터치 스크린 방식이 아닌 휴대전화를 상상키 어려운 요즘, 블랙베리는 여전히 물리 키보드(실제 키보드 자판을 쳐서 문자를 입력하는 방식)를 고수한다. 정사각형 화면, 스크린 하단에 박힌 쿼티(QWERTY) 자판만 봐도 바로 블랙베리임을 알 수 있다.

블랙베리의 가장 큰 매력이 뭐냐고? 두 말 할 것 없이 세상 다른 휴대폰들을 모조리 ‘오징어’(외모가 못난 사람이나 물건을 일컫는 유행어)로 만들어 버리는 ‘극강 비주얼’이다. 내가 2011년 볼드9780 모델을 구입하게 된 것도 당연히 ‘예뻐서’였다. 디자인에 반해서 9780 모델을 샀고, 이후 LTE가 가능한 Q5, Q10 모델을 잇달아 구입했다.

블랙베리의 트레이드마크인 쿼티 자판 역시 매력 포인트다. 제아무리 터치 스크린 기술이 발전했다 해도 실제 키보드를 칠 때의 쫄깃쫄깃한 타격감을 능가할 수는 없다. 또각또각 자판 소리가 주는 쾌감은 덤이다. 물론 국내 미발매폰이다 보니 최근 모델에는 한글 자판이 없어, 자판을 외우거나 사설업체서 각인해야 한다.

치명적 단점은 애프터서비스(AS)다. 블랙베리가 2013년 3월 판매 부진으로 한국시장에서 철수한 이후, 정식으로 AS를 받을 곳이 없다. 사설업체를 이용하거나 직접 공구를 사서 고쳐야 한다. 수리방법 동영상은 유튜브에 올라와 있다.

또 다른 단점은 삼성이나 애플의 동시대 모델에 비해 딸리는 스펙(specification의 약자ㆍ기기나 시스템의 수치상 성능). 갤럭시나 아이폰 동시대 모델에 비해 속도는 확연히 느리다. 안드로이드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으려면 어려운 우회통로를 이용해야 하고, 발열도 심하고 잔고장도 좀 있는 편이다.

예쁘지만 쓰기엔 불편하다. 그래서 블랙베리 사용자들은 블랙베리를 ‘예쁜 쓰레기’라는 애증의 이름으로 부른다.

● 마이너폰의 비애와 희열-노키아 사용자 B(20)씨

나는 2010년 5800 익스프레스 뮤직 이후 노키아폰만 5대째 쓰고 있다. 2011년에 710모델, 2013년 820, 920 모델을 거쳐 지금은 1520을 쓴다.

지금껏 4년간 노키아폰에 들인 돈만 300만원이 넘을 거다. 휴대전화 본체 사는 데 200만원, 나머지는 수리비와 액세서리 비용이다. 국내 정식 발매품이 아니고 부품 구하기도 어렵고 고칠 수 있는 사람이 한정되어 있으니 수리비가 비싸다. 쓰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 액세서리 구하기도 어렵고 그 가격 역시 높다. 구매대행 업체를 통해 해외 AS 센터로 보내는 경우도 있지만 1개월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기에, 국내 사설 AS 업체를 이용하거나 사용자가 직접 고치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아예 AS를 포기하거나.

노키아 제품이 안드로이드나 iOS(애플의 운영체제)가 아닌 별도 운영체제를 채택하고 있어 사용 가능한 어플리케이션이 적은 것도 큰 약점이다.

노키아폰은 보통 홍콩에서 수입하는데, 잘못 걸리면 한글 지원이 안 되는 제품이 오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강제로 영어 공부를 해야 한다. 삼성이나 애플 쓰는 사람은 휴대폰 쓰는 데 사전을 찾아야 하는 기분을 모를 거다.

여기까지만 쓰다 보니 내가 마치 휴대폰으로 스스로를 자학하는 사람 같아 보인다. 그러나 노키아를 쓸 때만 느낄 수 있는 마력은 당연히 있다.

남들은 “벽돌폰이네”, “2G폰인가?” 비난하지만, 군더더기 없이 단순화한 직선 위주의 디자인은 노키아만의 우직한 매력이다. 빨강, 노랑, 파랑, 초록 등 원색을 과감하게 사용하는 것도 다른 제품에선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특징이다. 윈도 기반 운영체제의 인터페이스가 직관적이라 쓰기 편한 점도 좋다.

내 개인적으로는 다른 제품을 압도하는 고성능 카메라가 구매의 가장 큰 이유였다. 지금 쓰는 1520 역시 2,000만 화소급 성능이다. 노키아가 명품 광학 브랜드인 칼 자이스의 렌즈를 사용한 모델도 종종 출시하고 있어, 사용자들 사이에는 “노키아는 휴대폰 회사가 아니라 카메라 회사”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 최대 단점은 국적?-소니 사용자 조한울(22)씨

“뭐야? 소니도 폰을 만들어?” 소니 엑스페리아를 5년째 쓰면서 자주 듣는 말이다. 여전히 소니가 세계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 5, 6위를 다투는 업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일제 왜 써?” 이것도 종종 듣는 얘기다. 휴대전화 하나 때문에 “친일파”, “매국노”라는 말까지 들어 본 적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소니 워크맨이 주름잡던 80년대, 아이와 CD플레이어가 인기를 끌던 90년대, 이 땅엔 친일파와 매국노만 살고 있었던 걸까?

이렇듯 삼성 LG가 그 위세를 떨치고 아베 신조의 망언에 온 나라가 치를 떠는 2015년 대한민국에서, 소니폰을 쓰는 데 최대 장애물은 기계값이나 AS가 아닌 한국 사람들의 민족주의다. ‘SONY’라는 상표를 드러내려면 주변의 미묘한 시선을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내가 5년째 소니폰을 쓰는 이유는 저렴한 가격에 비교적 높은 사양을 누릴 수 있어서다. 지금 쓰는 엑스페리아 Z3C도 2,070만 화소 카메라가 장착된 고사양 모델이지만, 물품구매 사이트를 통해 비교적 저렴한 40만원에 구입했다. 이 정도 가격에 이런 스펙을 누릴 수 있는 건 소니가 거의 유일하다.

레어템(남들이 거의 쓰지 않는 희귀한 아이템)이라 개성 있지만, 운영체제가 안드로이드 방식이기에 한국에서 쓰는 데 불편함은 없다. 남들 쓰는 어플리케이션도 다 쓸 수 있다. 공기계만 사서 개통은 따로 하면 되니 약정의 노예가 될 필요 없고 비싼 요금제에 가입할 필요도 없다. 요즘은 어차피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때문에 약정을 붙여도 싸게 살 수 없어 외산폰의 매력이 더 커진 게 사실이다.

단점은 역시 AS 문제다. 정식 AS 센터가 서울 두 곳 등 전국 네 곳뿐이서 불편하다. 휴대전화 케이스 같은 액세서리를 구하기도 어려운 편이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김정화 인턴기자(이화여대 중어중문학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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