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실과 선비들의 필독서였던 ‘통감절요(通鑑節要)’ 새 완역본이 나왔다. 그간 한문학의 영역에서 다뤄졌던 이 책을 국내 역사학자가 옮겨 해설한 것은 처음이다.
통감절요는 중국 송나라 대문호 사마광(司馬光)이 지은 ‘자치통감(資治通鑑)’총 249권을 당대 학자 강지(江贄)가 축약, 보강해 간추린 중국 역사서다. ‘다스림의 거울로 삼는다(자치통감)’는 의미대로 주 위열왕, 당 태종 등의 통치 철학을 담은 정치서이기도 하다. 주자를 숭상하던 조선 학자들은 물론 역대 왕들도 통감절요를 가까이 두고 자주 인용한 책이지만 양이 방대하고 한문이 난해해 일부 전공자들에게만 강독됐다.
역자 김정화 충북대 사학과 교수는 통감절요를 전 4권으로 풀어냈다. 고어투는 모두 배제하고 한자어를 가능한 모두 한글로 풀어 적는 등 윤문을 거쳤다. 원문도 첨부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시대별 개관, 각 제도 등 역사적 사실에 대한 해설을 담은 것도 특징이다. 올해 8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꼬박 5년간 공들인 결과물이다.
김 교수는 “통감(通鑑)은 각 시대를 사마광의 일관된 사관으로 논평하고 있어 조선 사대부에게 중국사를 이해하는 유력서였다”며 “조선의 병서 등 각종 문집에도 별도의 표시 없이도 숱하게 인용된 만큼 후학들이 쉽게 읽었으면 하는 생각에 번역하게 됐다”고 말했다. 조선왕조실록에 자주 등장하는 “온공 왈(曰)”의 온공은 자치통감의 저자 사마온 즉 사마광을 이르는 말이다.
1,300여년의 고대 역사를 담은 만큼 현대에 귀감을 주는 일화도 적지 않다. 김 교수는 “당 태종이 형이자 황태자 이건성에게 자신을 독살해야 한다고 조언한 문신 위징에게 벼슬을 주고 곁에 둬 책략가로 직언하게 한 사례 등은 우리가 거울로 삼을 만하다”며 “유능한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한 통치자들의 격언과 사례 등이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줬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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