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업계 "올 초 담배 판매 20% ↓"
정부는 반출량 현황 수치만 고수
"40%대 감소"… 통계 엇갈려
담뱃값 인상 효과 부풀려 논란
올초 정부의 담뱃값 2,000원 인상으로 급감했던 담배 판매량이 1분기를 지나며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흡연자들이 인상된 담뱃값에 어느 정도 적응한데다 연초 금연 결심이 ‘작심삼일’로 끝나는 효과가 겹치면서다. 하지만 정부는 입맛에 맞는 통계를 내보이며 담뱃값 인상에 따른 금연 효과가 뚜렷하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정부의 금연 효과 부풀리기가 도를 넘어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진다.
21일 A편의점 업체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 19일까지 담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5% 감소했다. 하지만 월별 판매량(전년동월 대비) 기준으로는 1월 -33%. 2월 -22.4%, 3월 -14.9%, 4월(19일까지) -12.2%로 감소폭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B편의점 업체도 1월 -36.6%였던 판매 감소량은 2월 -26.4%, 3월 -19.3%, 4월(19일까지) -16.4%로 급감하는 추세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전날 올해 1~3월 담배 반출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4.2% 줄었다고 발표했다. 월별로도 1월 -49.3%, 2월 -45.6%, 3월 -40.8% 등 여전히 감소폭이 40%가 넘는 등 금연 효과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담배 수요 감소에 대해 소매 업계(-10~15%)와 정부 추산(- 40%이상)이 이처럼 크게 엇갈리는 것은 정부가 판매량 대신 반출량을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담배 제조업체가 공장에서 출하하는 반출량은 유통업체나 판매점의 재고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 편의점 업체 관계자는 “유통업체나 판매점이 싼 값에 담배를 사들일 수 있었던 지난해 물량을 대량 구매한 뒤 그 물량을 올해 초까지 팔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담뱃값 인상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 지난해 3분기 담배 제조업 출하지수(123.4)는 2013년 3분기(97.9)보다 26%나 급증했다. 출하량은 크게 늘어났지만 정부가 지난해 9월부터 사재기 금지 등을 이유로 담배 판매를 제한하면서 유통업체 등의 재고가 많이 쌓였다는 것이다. 반출량 통계로는 착시효과가 생긴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난해 담뱃세 인상 당시에도 정부가 금연 효과를 과장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해 정부는 담뱃값 2,000원 인상 시 담배 판매 감소율이 34%(연간 -15억갑)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고, 세수 효과는 연간 2조8,112억원에 불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비슷한 시기 국회 예산정책처가 내놓은 분석(판매량 20%감소ㆍ연간 세수 효과 5조456억원)과 큰 차이를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 고위 관계자는 “담뱃값 인상에 따른 판매 감소 효과는 수요의 가격 탄력성(가격 변동에 따른 수요 변화 정도)을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관건인데 정부는 기존 연구에서 제시된 탄력성 값 중 가장 높은 값을 사용했다”며 “정부가 의도적으로 금연 효과는 부풀리고 세수 효과는 축소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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