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26개월 만에 5명 낙마ㆍ퇴진
"부실 검증으로 국정 허비" 비판론
朴 "안타깝지만…" 李총리 사의 수용
이완구 국무총리가 성완종 리스트 의혹에 휩싸여 조기 낙마하면서 청와대의 총리 인선 실패 악몽이 재연됐다. 청와대는 정권 출범 2년2개월 만에 무려 여섯 번 째 총리 후보자를 찾아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제대로 된 총리를 인선하지 못해 국정동력을 허비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청와대의 취약한 인사시스템과 박근혜 대통령이 인재를 고르는 안목이 또 다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중남미 4개국을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이 총리의 사의 표명 사실을 보고 받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매우 안타깝고 총리의 고뇌를 느낀다”는 입장을 밝히며 사실상 사의를 수용했다. 박 대통령은 “이 일로 국정이 흔들리지 않고 국론이 분열되거나 경제살리기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내각과 비서실은 철저히 업무에 임해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지만, 한 동안 국정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박 대통령이 27일 귀국해 이 총리 사표를 공식 처리한 뒤 후임 총리 인선과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마치려면 ‘총리 없는 내각’이 최소 한 달 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권이 반환점을 돌기도 전에 총리와 총리 후보자가 도덕성ㆍ자질 논란에 휩싸여 줄줄이 조기 낙마한 것은 유례 없는 일이다. 박근혜정부 초대 총리 후보자인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과 지난해 5, 6월 각각 지명된 안대희 전 대법관,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은 인사청문회 문턱도 넘지 못했다. 김 전 헌재소장은 두 아들의 병역비리 논란과 부동산투기 의혹으로 지명 닷새 만에 사퇴했다. 안 전 대법관과 문 전 주필은 전관예우와 비뚤어진 역사관 등이 논란이 되면서 한 달 만에 연쇄 사퇴했다. 대안을 찾지 못한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지고 이미 사의를 밝힌 정홍원 전 총리를 재기용하는 초유의 일도 벌어졌다. ‘준비된 소통형 총리’로 기대를 모은 이완구 총리마저 올 2월 취임 이후 63일 만에 불명예 퇴진하면서 박근혜정부는 또다시 중대한 위기국면을 맞았다.
정치권에서는 청와대의 후임 총리 인선도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그간 줄줄이 사퇴한 총리와 총리 후보자들 모두 박 대통령이 직접 낙점했다는 점에서 총리 낙마 트라우마는 계속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박 대통령 인사 스타일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총리(후보자)와 장관(후보자) 낙마 등 인사 참사 → 국정 차질’의 악순환이 또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내영 고려대 정외과 교수는 “박 대통령이 수첩 인사 스타일을 벗지 못해 잘 아는 사람이나 인연이 있는 사람들만 돌려 쓰려 하는 탓에 인재 풀이 극히 좁은 데다 청와대가 공직후보자 사전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반복되는 인사난맥상의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박 대통령이 차기 총리 후보자로 통합형의 새로운 인물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리마ㆍ산티아고=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전혼잎기자 hoi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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