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여성들이 피해를 입어도 잘 신고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려 강도행각을 벌이고 성폭행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강남구 대치동 한 오피스텔에서 성매매 여성의 현금을 강취하고 성폭행한 혐의(특수강도강간)로 김모(38)씨를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올해 1월 불법 성매매 영업을 하던 오피스텔에 복면을 쓴 채 들어가 미리 준비한 발 각질제거기를 신문지로 말아 흉기처럼 위장한 뒤 성매매 여성 박모(30)씨에게 현금을 내놓으라고 위협했다. 그러나 박씨 수중에 현금이 2만원밖에 없자 그를 성폭행한 후 도주했다.
조사 결과 김씨는 과거 성매매업소에서 일하면서 성매매 여성들이 상대 남성에게 폭행을 당해도 성매매특별법 위반으로 처벌받을까 두려워 신고를 꺼린다는 점을 알고 이를 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도 3개월 넘게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았다가 제보를 받은 경찰의 끈질긴 설득 끝에 피해사실을 털어놓았다.
김씨는 범행대상 물색과 사후 처리도 과거 경험을 활용해 치밀하게 구상했다. 그는 알선자에게 대가를 지불하면 신분이 드러난다는 점을 알고 공중전화로 성매매 연결책 5,6명에게 전화를 걸어 “여성에게 직접 화대를 줘도 되느냐”고 물어보며 범행대상을 물색했다. 범행 중에도 신분 노출을 막기 위해 목도리로 여성의 눈과 얼굴을 가렸고, 범행 후 콘돔과 담배꽁초를 챙겨나가는 등 증거를 남기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성매매 여성들을 상대로 한 범죄는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려 해 진술 확보에 어려움이 많다”며 “특히 인터넷 등을 통해 개인적으로 이뤄지는 성매매일수록 범죄에 노출될 위험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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