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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넘은 악몽의 결승선… 보스턴은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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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넘은 악몽의 결승선… 보스턴은 강했다

입력
2015.04.2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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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前 테러로 다리 잃은 20대 여성

보스턴 마라톤에 의족 신고 출전

고통 참아내며 5.6km 달려 감동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테러 당시 왼발을 절단해 의족을 신은 레베카 그레고리가 2015년 제119회 보스턴 마라톤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레베카 그레고리 페이스북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테러 당시 왼발을 절단해 의족을 신은 레베카 그레고리가 2015년 제119회 보스턴 마라톤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레베카 그레고리 페이스북

“며칠 전 나는 같은 자리, 보일스톤(보스턴 마라톤의 결승점) 거리 위에 서기로 결심했다. 그 곳은 내가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곳이다. 지금 내 발에 닿는 것은 오직 내 운동화뿐이다. 나는 나 자신에게 그리고 세상에게 내가 돌아왔다는 것, 이전보다 더 강해졌다는 것, 그리고 아무도 나를 멈출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4월15일 레베카 그레고리(27ㆍ미국)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

2013년 보스턴마라톤 대회 테러의 희생자였던 레베카 그레고리가 3명의 무고한 목숨, 그리고 자신의 왼쪽 다리를 앗아간 결승선을 다시 넘어섰다.

그레고리는 20일(현지시간) 의족과 트레이너에 의지한 채 제119회 보스턴 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 마라톤은 장시간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외로운 스포츠’로 알려져 있지만 그레고리는 이날 많은 이들의 축하와 응원을 받고 끝내 완주에 성공했다. 그레고리는 “나에게는 두 가지 선택권이 있었다. 내게 벌어진 일에 분노하거나, 또는 내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사실을 매일 깨닫는 것에 행복감을 느끼거나”라고 abc뉴스 등에 말했다. 그레고리는 2013년 4월 자신에게 닥쳤던 불행을 넘어서기 위해 두 번째 선택지를 손에 쥐었다.

하지만 지난해 왼쪽 다리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은 그레고리에게 마라톤은커녕 달린다는 것 조차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레고리의 주치의도 그의 출전을 말렸다. 하지만 그레고리는 오롯이 정신력에 의지해 달렸다. 그는 “3.5마일(5.6km)대회 코스 절반 정도 달렸을 때 과연 내가 결승점까지 도달할 수 있을 지 자신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다시 그날의 경험을 잊어버리고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진짜 결승선에 다다랐을 때, 나는 내가 이 일을 해냈어야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마침내 결승선을 밟은 그레고리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그간의 눈물과 슬픔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미국 보스턴에서 20일(현지시간) 열린 119회 보스턴마라톤대회에서 에티오피아의 렐리사 데시사가 선두로 달리고 있다. 데시사는 2시간9분17초의 기록으로 남자부 우승을 차지했다. 보스턴=AP 연합뉴스
미국 보스턴에서 20일(현지시간) 열린 119회 보스턴마라톤대회에서 에티오피아의 렐리사 데시사가 선두로 달리고 있다. 데시사는 2시간9분17초의 기록으로 남자부 우승을 차지했다. 보스턴=AP 연합뉴스

한편, 대회 남자부 우승은 2시간9분17초를 기록한 렐리사 데시사(25ㆍ에티오피아)가 가져갔다. 결승점에 도착하자마자 “보스턴은 강하다”(Strong Boston)라고 외친 데시사는 2013년 같은 대회 우승에 이어 2번째 정상에 올랐다.

당시 폭탄 테러로 데시사의 우승은 전혀 세간의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데시사는 획득한 금메달을 희생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보스턴 시에 기증했다. 데시사는 우승후 “보스턴은 제2의 고향”이라며 “올해 메달은 내가 갖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회에서 미국인 남성으로서는 1983년 이후 31년 만에 우승해 자국민의 환호를 이끌어냈던 멥 케플레지기(40)는 2시간12분42초로 8위에 그쳤다. 여자부에서는 캐럴리나 로티치(31ㆍ케냐)가 2시간24분55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했다.

이현주기자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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