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고평가로 판단한 투자자 늘어
하락 위험 분산하려 ETF 사들여
ELS 인기는 시들해 대조적
초저금리 시대 예ㆍ적금의 대안으로 주목받던 주가연계증권(ELS)의 인기가 한풀 꺾였다. 그 대신, 주가가 내려가면 수익을 얻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에 자금이 몰린다. 모두 최근 주가가 지나치게 많이 올랐다는 경계심리 탓이다.
2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6조 3,858억원을 기록했던 ELS 발행량은 이달부터 줄면서 17일까지 2조 5,308억원을 기록했다. 이 추세라면 월간 발행량 5조원 미만이 확실하다. ELS는 개별 주식 가격이나 특정 지수에 수익률이 연동되는 상품이다.
개별 증권사 상황을 봐도 ELS 부진은 뚜렷하다. 하나대투증권의 경우 지난달 주(週)당 약 200억원이 ELS로 들어왔으나, 이 달에는 주당 150억원 정도로 줄었다. 현대증권도 최근 출시한 ELS 상품 3개 중 청약자가 없는 상품 1개의 발행을 취소했다.
ELS 판매가 부진한 것은 최근 주가의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우려 탓이다. ELS는 보통 주가가 특정 범위 안에서 형성되면 수익이 발생하는데, 지금처럼 주가 높낮음이 가팔라 그 범위를 벗어나면 원금을 잃을 수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시 자체가 워낙 호황이라 ELS보다 직접 투자를 하는 게 더 낫겠다는 투자자가 늘어난 것도 이유”라고 평가했다.
물론 ELS 인기 하락이 일시적일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수가 더 오를 것이란 확신이 없어서 생기는 현상인데, 한두 달 정도 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고,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유럽이나 중국 증시가 조정을 받는다면 ELS의 인기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 말했다.
반면 지수 하락시 돈을 버는 인버스 ETF의 판매는 크게 늘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10일부터 개인이 인버스 ETF에 몰리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인버스 ETF 판매가 늘었다는 건 현재 주가가 지나치게 높다고 우려하는 투자자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 증시가 하락장으로 급변할 때를 대비해 인버스 ETF로 위험분산(헤지)을 하겠다는 얘기다.
또한 최근 증시에서 대차잔고가 증가하는 점도 주가 하락 전조가 될 수 있다. 대차잔고는 13일 57조원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20일 56조 2,864억원에 이르렀다. 대차거래는 주식을 장기보유한 투자자가 다른 투자자에게 수수료를 받고 주식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빌리는 사람 입장에서는 가격이 비쌀 때 빌려간 뒤 쌀 때 주식을 더 많이 사서 주식으로 갚으면 이익을 보기 때문에, 하락장이 예상될 때 대차잔고가 증가한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