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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농보상비 엉터리 지급 말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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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농보상비 엉터리 지급 말썽

입력
2015.04.2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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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군, 서류확인 등 부실

땅주인에게 준 뒤 모르쇠

60년 경작 팔순 농민 분통

“실제 농사를 지은 사람에게 지급돼야 할 보상비가 땅주인에게 잘못 지급됐는데도 군청은 수 개월 동안 ‘나 몰라라’하고 있어 분통이 터집니다”

전북 완주군 비봉면에 사는 A(80)씨는 2013~2014년 완주군이 시행한 신기 소하천 정비공사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곤 한다. 스무 살이 채 되기도 전부터 인근의 한 문중 땅을 빌려 80세가 되도록 60년 넘게 농사를 지어왔지만 정작 경작자로서 인정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완주군이 당시 하천 공사에 필요한 이 땅을 편입하면서 지장물 보상비와 영농 손실비 등을 실경작자인 A씨가 아닌 소유자인 종중에 지급해버린 것이다.

완주군 담당자는“당시 마을 이장이 ‘종중 사람들이 경작했다’고 확인해줘 편입된 토지 보상금 2,317만원을 비롯해 지장물 보상비 781만원과 영농 손실비 415만원 등 총 3,515만원을 종중에 지급한 만큼 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는 “60여년간 농사만 지어온 것을 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데, 어떻게 마을 이장의 말만 듣고 보상금을 엉뚱하게 종중에 줄 수 있느냐”고 하소연했다.

그는 군청에서 관련 서류를 확인한 결과, 소하천 정비공사에 앞서 군청 공무원이 현장에 나와 지장물과 영농 손실비 등을 계상할 때 자신이 실제 경작자라는 내용을 서류에 기입해 놓고도 보상비를 엉뚱한 사람에게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A씨는 자신이 실경작자임을 인정받기 위해 마을의 80%인 16가구로부터 서명을 받아 군청에 제출했지만, 완주군은 “이미 끝난 일이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 사이 어찌된 일인지 종중은 보상금 중 200여만원을 A씨에게 전달했고, 종중의 손을 들어줬던 당시 마을 이장도 A씨가 경작을 했다는 연명부에 서명을 하기도 했다.

더구나 수개월간 모르쇠로 일관하던 군청은 최근 이 종중에 실제 경작했는지를 확인해달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완주군은 이 이례적인 공문에서“(종중 측이) 마을 대표자의 서명을 받아 보상금을 받았으나 민원이 제기된 만큼 지장물 소유자가 맞는지 증빙자료 등을 군청에 보내달라”며 “보상금 수령에 착오가 있으면 반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종중 측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군청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A씨는 “군청이 보상금을 지급할 때 받아야 될 사람이 누구인지 서류만 한번 확인했어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군청 공무원과 소유자가 결탁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완주군 관계자는 “A씨에게 억울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종중과 A씨의 주장이 엇갈려 실제 경작자가 누구인지 애매한 측면이 있는 만큼 이들이 원만하게 해결하도록 중재하겠다”고 말했다.

최수학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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