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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추억, 음악, 사랑에 빠진 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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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추억, 음악, 사랑에 빠진 거미

입력
2015.04.21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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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2015-04-21(한국스포츠경제)
거미/2015-04-21(한국스포츠경제)

지난해 콘서트 ‘폴 인 폴(Fall in fall)’로 가을을 적셨던 거미가 리메이크 앨범 ‘폴 인 메모리(Fall in memory)’로 돌아왔다. 가을에 빠지더니 이번엔 추억에 빠졌다. 정작 자신은 지금 사랑에 빠져있는, 요즘엔 ‘조정석의 여인’으로 더 잘 통하는 거미를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자꾸 무언가에 빠지는 걸 좋아한다.

“어떻게 알았나. 준비하는 공연 제목도 앨범명과 같이 간다. ‘빠진다’라는 의미가 좋은 것 같다. 내 이름에도 그런 뜻이 있다. 처음에 만들 때 거미줄에 빠지면 헤어나지 못하듯 거미의 음악도 그렇다는 의미다.”

-빠져있는 게 또 하나 있지 않나.

“(조정석과) 연애가 최대한 공개되지 않길 바랐다. 배우는 여러 캐릭터를 소화해야 하는데 방해가 될 것 같았다. 참 조용히 만났는데 소문이 났다. 결혼까지 생각은 못해봤지만 잘 만나고 있다.”

-노래는 그 무렵 가수의 감성이 배어있다. 많이 밝아야 할 시기에 슬픈 발라드로 채웠다.

“무척 행복한 시기지만 그 안에서도 다양한 감성이 존재하지 않나. 연애하는 순간엔 슬픈 것이든 기쁜 것이든 감정을 표현하는 세포가 예민하게 살아있는 것 같다. 이런 감정이 없을 땐 예전 기억들을 끌어와야 한다.”

-그래도 거미하면 무언가 어둡고 한이 많은 감성이 떠오른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 자체가 어둡진 않다. 무척 유쾌하고 오히려 남을 웃겨주는 편이다. 어렸을 때 평범하게 자라지 않아서 그런가. 내가 갖고 있는 감성 자체가 보통 사람보단 예민한 것 같다.”

거미/2015-04-21(한국스포츠경제)
거미/2015-04-21(한국스포츠경제)

-앨범명 ‘Fall in memory’, 자신의 어떤 추억이 담긴건가.

“이번 앨범 타이틀인 ‘해줄 수 없는 일’은 친구인 박효신의 데뷔곡이자 내가 연습생이던 시절에 나온 노래다. 힘들게 가수를 준비할 시기에 소문으로 듣던 친구가 데뷔를 해서 부러웠다.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나’란 자괴감도 들고 여러모로 생각이 많던 시기였다. 가수로 살고 있는 지금이 신기할 정도로 그때 마음가짐을 떠올리며 작업했다.”

-앨범을 살펴보면 전부 1990년대 곡인데 ‘토토가’ 영향이 좀 있었나.

“사실 그 시절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있었는데, 댄스 쪽만 조명을 받고 있는 것 같아서 기획했다. 원곡 자체에 힘이 있어서 부담스러웠지만 데뷔 이래 꼭 하고 싶었던 작업이 리메이크 앨범이었다. 꿈을 이뤘다.”

-공교롭게도 모두 남자 노래다.

“편안하게 대중이 받아들일수 있는 선에서 리메이크를 하고 싶었다. 그럼 또 변화를 느끼지 못할까봐 여자보단 남자곡을 골랐다. 목소리로 변화를 주려고 했다.”

거미/2015-04-21(한국스포츠경제)
거미/2015-04-21(한국스포츠경제)

-가장 허락받기 어려웠던 노래는?

“작곡가 연락이 안 돼서 못한 곡이다. ‘시작되는 연인들을 위해’는 공동 작곡인데 한 분의 허락만 받았다. 괜찮다고 하긴 했지만 나중에 문제 생길까봐 포기했다. 윤종신의 ‘오래전 그날’도 녹음까지 마쳤는데 ‘나가수’에서 박정현이 부르고 음원까지 나와 뺐다. 직접적인 허락뿐 아니라 제출할 서류도 많아서 의외로 힘들었다.”

-학교나 학원 강의 제의도 많다고 들었다. 아이유를 직접 가르친 선생으로도 유명했다.

“아이유는 처음부터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똑똑하고 음악으로 자신을 잘 표현한다. 그렇게 잘 통하는 친구가 오면 무척 쉽다. 그런데 가끔 막연히 조언을 구하는 친구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요즘엔 대부분 스타만 추구한다. 그럴려면 굳이 왜 가수가 되려는지 알 수 없다. 헛된 희망을 심어주는 거 같아서 사실대로 말을 해주려는 편이다. 강의 제의를 많이 받지만 괜히 상처를 줄까봐 피한다.”

-데뷔 13년째다. 과거 꿈꿔오던 그림들을 얼마나 이뤘나.

“잘 가고 있는 것 같다. 꾸준히 내 이름을 알리고 음악도 알렸다. 성대결절로 데뷔 초반에 활동을 제대로 못했을 때엔 도대체 난 왜 이러나, 뭘 어떻게 더 열심히 해야 되나 싶었다. 그 시기를 넘기니 노래가 더 단단해지고 목도 어떻게 관리해야 잘 되는지 깨달았다. 수술 안 하고 잘 지켜온 힘이다. 이렇게 천천히 가는 게 오히려 좋다. 꾸준한 가수로 남고 싶다.”

심재걸기자 shim@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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