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기자] 여론을 바꾼 홈런이었다.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은 대포였다.
두산 최주환(27)이 백업 성공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지난 18일 잠실 롯데전에서 극적인 끝내기 3점 홈런을 터트린 그가 외국인 타자의 필요성까지 지우고 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현재 3루수 자원으로 뽑은 외국인 타자 잭 루츠의 포지션 변경을 구상 중이다. 한시적으로 기용한 최주환이 너무 잘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팬들도 요즘 최주환을 주전 3루수로 부른다.
최주환은 키 178cm, 몸무게 73kg의 작은 체격에도 2010년 퓨처스리그에서 타율(0.383)과 홈런(24개), 최다안타(151개), 득점(104점), 출루율(0.460), 장타율(0.686) 등 타점을 제외한 모든 타이틀을 싹쓸이 했다. 그만큼 타격에는 남다른 재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수비가 문제였다. 선상 쪽으로 스텝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제는 다르다. 올 시즌만 해도 몇 차례나 호수비를 선보이며 3루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요즘 두산에서 가장 잘 나가는 최주환을 19일 잠실구장에서 만났다. 이날 롯데전이 우천 취소되며 다소 여유가 생긴 그는 꽤 오랜 시간 자신의 야구관을 밝혔다. 그는 “백업도 팀에 꼭 필요한 존재다. 백업이 강한 팀이 진짜 강한 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내가 주전이라는 생각은 없다. 출전 기회가 많으면 더 잘할 자신 있다”고 했다.
-수비가 좋아졌다.
“어릴 때 숨찰 때까지 펑고를 받았지만 요즘은 훈련량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즐기면서 하다 보니 좋아진 것 같다. 예전에는 몰랐지만 강정호(피츠버그)나 이원석(상무) 형 같이 여유를 갖고 편하게 수비 하는 선수가 진짜 잘 하는 내야수라는 걸 알게 됐다. 작년부터 그런 부분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요즘은 경기에 많이 나가면서 자신감도, 여유도 생겼다.”
-18일 끝내기 홈런도 있었지만 안타성 타구를 여러 차례 낚아채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오재원 형이 ‘지금까지 그렇게 연습했는데 무엇을 두려워하느냐, 왜 떠느냐’고 한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편하게 하니 좋은 수비도 나오는 것 같다. 솔직히 작년까지는 내가 해야 할 것만 눈에 보였지만, 이제는 시프트를 거는 김재호 형, 오재원 형의 움직임이 좀 보인다. 아직도 하나하나씩 알아가고 있는 단계다.”
-타격 얘기를 해보면 김태형 감독이 팀 내에서 헤드를 잘 쓰는 타자 중 한 명이라고 칭찬했다.
“손목이 생각보다 유연한 편이다. 그런 장점을 살려 헤드를 이용한 타격을 하려 한다. 사실 예전부터 타격에는 항상 자신이 있었다. 타격에 관한 자부심이 센 편이었다. 때문에 내가 경기에 많이 나가려면 수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굳이 비율로 따지자면 수비 훈련 70%에 타격 훈련 30%였다. 그러나 지금은 다시 타격 훈련을 많이 한다. 손아섭(롯데) 같이 잘 치는 선수도 어떻게 더 잘 칠까 연구하는데, 나도 영상을 보며 더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찬스에서 강하다. (최주환은 20일 현재 득점권 타율이 3할6푼4리로 오재원(0.600) 민병헌(0.500) 정수빈(0.368)에 이어 팀 내 4위다)
“편하게 마음 먹어서 그런 것 같다. 끝내기 홈런을 쳤을 때도 2아웃인 상황이라 ‘어차피 내가 마지막 타자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 스윙하자’고 생각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어렸을 때는 무조건 중심 타선에서 쳐야 한다는 욕심이 있었고, 고집도 부렸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게 없다. 7번이든, 8번이든 경기에 나가 뛰는 게 중요하다. 마음을 비우고 생각을 바꾸니 타격도 잘 되는 것 같다.
-왼손 투수에 약하다는 고정관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왼손 투수를 상대하는 횟수가 줄면서 어느 순간부터 좌투수가 던진 공이 도망가는 느낌을 받았다. 자꾸만 시야에서 멀어지고 엉덩이가 빠지기도 하고. 하지만 왼손 투수에 대해 자신이 없는 건 아니다. 어차피 공은 움직이는 물체이기 때문에 계속 보면 칠 수 있지 않겠나. 2군에서도 왼손 투수라고 해서 약하지 않았다.” (최주환은 현재까지 좌투수를 상대로 타율 3할, 언더핸드 6할6푼7리, 오른손 투수에게 2할4푼을 기록 중이다)
-요즘 두산 분위기는 어떤가.
“하나가 돼 야구하고 있다. 올해는 타자들 전체적으로 공격적인 성향이 강해졌다. 캠프 때부터 한 베이스를 더 가는 주루 플레이, 자신 있는 스윙 등을 코칭스태프에서 주문했다. 선수들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적극적으로 야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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