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거래대금 부풀리기 등
횡령·배임액 총 500억~600억
일부 美서 도박 판돈 사용 확인
정·관계 로비 가능성 배제 못해
장세주(62) 동국제강 회장이 국내외에서 조성한 비자금 규모가 3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수사에 착수한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 한동훈)는 3주간에 걸친 조사를 통해 이 같은 혐의 사실을 대부분 확인, 21일 오전 10시 장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20일 검찰에 따르면 장 회장은 동국제강이 해외 고철업체와 중간자재 거래과정에서 대금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약 1,000만달러(약 11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최근 5년간 총 300억~400억원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를 받고 있다. 검찰은 동국제강이 조세피난처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와 미국법인(DKI) 등이 돈 세탁 및 비자금 조성 창구로 이용됐다고 보고 있다. 장 회장은 또, 부동산업체인 페럼인프라와 IT업체인 DK유엔씨 등 일부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수법으로도 거액을 횡령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동국제강이 협력업체인 K사와 철근 자투리를 거래하면서 납품가를 부풀린 뒤, K사가 허위세금계산서를 발행토록 해 리베이트를 돌려받는 방법으로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도 포착했다. 검찰은 동국제강 압수수색에 나섰던 지난달 28일 K사의 김모 회장 자택과 본사 등도 동시에 압수수색 했다. 검찰 관계자는 “K사 김 회장과 동국제강 전직 직원 김모씨 등 2명도 장 회장의 횡령 공범으로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라고 말했다. 동국제강 사건으로 지금까지 검찰 조사를 받은 사람은 모두 80여명이다.
장 회장은 이와 관련, 회사에 200억~30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경가법상 배임)도 받고 있다. 장 회장의 횡령ㆍ배임액을 모두 합하면 500억~600억원대에 이른다. 검찰은 횡령액의 사용처와 관련, 장 회장이 그 일부를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고급호텔 카지노 등지에서 도박 자금으로 쓴 사실을 미국과의 사법공조를 통해 확인하고 그에게 상습도박 혐의도 함께 적용할 예정이다. 장 회장은 카지노에서 3차례 이상 10억원 이상씩 벌어들여 총 50억원대 도박 수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21일 장 회장을 상대로 빼돌린 회삿돈을 해외 도박 외에 어떤 용도로 사용했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동국제강 비자금이 정ㆍ관계 로비에 사용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일단 소환조사 내용을 검토, 장 회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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