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2시 서울북부지법 301호 법정. 제자 성추행 혐의로 구속 기소된 강석진 전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의 결심공판에 피해 학생들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통상 성추행 사건 증인 신문은 비공개로 진행되지만 두 여학생은 “피고인으로부터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숨지 않고 진실을 밝히는 것이기에 용기를 냈다”며 이례적으로 증인석 앞에 섰다.
피해자 A씨는 형사9단독 재판부 박재경 판사를 향해 “강 전 교수는 성추행 사실이 불거진 이후 피해 사례를 적극적으로 공개한 사람이 누군지 색출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등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었다. 재판이 진행되는 이 순간도 피고인의 보복이 두렵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어 “피해자들이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피고인은 사회에서 격리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서울대 졸업생인 A씨는 강 전 교수가 자신을 ‘첫 사랑’ 또는 ‘아씨’라 부르며 2003년부터 9년간 끈질기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공개했다.
피해자 B씨도 “처음에는 나 혼자 당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수많은 학생들이 고통을 겪은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 충격이 컸다. 처음 피해를 당했을 때 신고를 하거나 행동하지 못해 (피해가 커진) 죄책감이 들고 후회가 된다”며 흐느꼈다.
이에 대해 강 전 교수 변호인은 “피고인이 진심으로 반성을 하고 있다. 사건 특성상 피해자들에게 이를 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그런 것”이라고 해명했다. 강 전 교수도 “용서를 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는 재판부 제안에 “앞으로는 하루하루 학생들이 입은 정신적 상처를 내 일처럼 여기며 반성하겠다”고 말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그는 수척한 얼굴로 고개를 숙인 채 피고인석을 지켰다.
검찰은 이날 “피고인은 교수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 학생들을 장기간 상습 추행했다”며 “피해자들 상처가 크고 합의가 이뤄지지 있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징역 5년을 구형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강 전 교수에 대해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 명령도 요청했다. 선고공판은 내달 14일 열린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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