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가 드러났다. 깨끗한 척하더니 위선이었다. 스스로 들췄지만 의도는 없었다. 무능이다. 참는다, 하릴없이. 역대 최고 위화감이다. 언어부터 다르다. 포기 상태다. 국민도, 언론도.
“대선 때 한몫한 친박 측근들이 검은돈과 관련된 의심을 받는 판에, 대통령이 방문하는 나라들이 부패인식지수 94위(콜롬비아), 85위(페루), 69위(브라질)라는 게 썩 유쾌하지가 않다. 그나마 대통령의 첫 방문지인 콜롬비아에선 현직 대통령 관련 부패 사건은 (아직) 없다. 나머지 세 나라는 모두 대통령과 연관된, 그러나 대통령은 몰랐다고 주장하는 초대형 부정부패 사건에 정권이 흔들리는 상황이다. (…) 부패인식지수 43위인 한국의 대통령이 이번 순방에서 우리보다 심한 나라도 많다는 위안을 얻어 올까봐 겁날 정도다. 하필 세월호 1주년을 맞은 날 출국한 대통령이 비행기로 거의 하루를 날아가 중남미의 부패 실태를 목도했다면, 교훈도 제대로 얻어 와야 한다. 첫째는 부패야말로 중남미 경제를 주저앉힌 주범이라는 사실이다. (…) 관료주의와 규제, 비싼 금융비용 같은 ‘브라질 코스트’를 피하자니 뇌물과 부패가 나오는 거다. (…) 돌부처도 돌아앉게 만드는 것이 시앗과 무능정부다. 부패가 있어도 경제가 잘 돌아갔을 때, 포퓰리즘 정책으로 퍼주기를 일삼았을 때는 관대했던 중남미 사람들도 정부가 하는 일이 성에 차지 않자 무섭게 분노했다. (…) 직접이든 간접이든 책임을 인정해야 할 때 인정하지 않으면 최고통치자로서의 권위는 여지없이 무너진다. 두 번은 없다.”
-왜 하필 부패한 대륙, 中南美 순방인가(동아일보 기명 칼럼ㆍ김순덕 논설실장) ☞ 전문 보기
“시중 여론은 흔히 보수를 부패하다고, 진보를 무능하다고 말한다. 진보가 아닌데도 위기를 맞은 이 정부의 실력은 미덥지 않다. ①비리 덩어리를 들어내라고 한 3월 12일.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김무성·문재인 대표와 3인 회동을 했다. 그러곤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에 협조해 달라고 호소했다. (…) ②중남미 순방을 위해 출국하던 날 대통령은 여당 대표를 만났다. 여당 대표는 총리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세상 인심을 전했다. 대통령은 “부정부패를 뿌리 뽑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일자리 창출법안을 4월 국회에서 처리해 달라는 당부도 했다(중략). 사정 정국으로 여의도에 불을 질러 놓고 4월 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를 외치는 모순은 누구 작품일까. (…) 한국 사회는 맷집이 강하다. 겪은 게이트도 많다. 그래도 현직 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의 이름이 동시에 등장한 건 처음이다. 민심은 흉흉하다. 이런데도 열흘 이상 나라를 비우는 대통령이 남긴 메시지는 한 달 전이나 다를 게 없었다. (…) 대통령이 공감의 정치에서 멀어지면 대중의 눈엔 그 거리만큼 무능하게 비친다. 정치에서 무능은 부패보다 심각하다. 부패엔 분노하지만 무능엔 포기해버리기 때문이다. 악플보다 무플이 무서운 이치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대통령은 공감의 정치를 들고 귀국해야 한다.”
-부패보다 무능이 더 두렵다(중앙일보 ‘박승희의 시시각각’ㆍ정치부장) ☞ 전문 보기
“지금 국민들은 위대한 영도자나 구국의 지도자 같은 대단한 대통령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국민들의 눈으로 보고, 국민들의 마음으로 느끼고, 국민들과 함께 숨쉬고, 그래서 국민들의 언어로 말하는 대통령을 원할 뿐이다. 지금 국민들에게는 국민들과 함께하는 상식적인 대통령이면 족하다. 믿을 수 있는 대통령을 원할 뿐이다. (…) 그의 언어는 분명 국민들의 언어와 달랐다. (…) 그가 말하던 ‘원칙’은 이제 국민들에게 ‘대통령의 변덕스런 마음’에 불과하고, 그가 강조하던 ‘신뢰’는 이제 ‘대통령에 대한 절대적 맹종’ 정도로 들린다. 그가 말하는 ‘법과 질서’는 ‘짐이 곧 법이니 짐의 말을 무조건 따르라’는 말로 번역해야 할 판이고, 그러니 그가 말하는 ‘법치’는 ‘내 말 안 들으면 압수수색하고 구속한다’는 경고와 다를 바 없다. 그는 “내가 그렇다면 그런 거다”라고 했고, 대북전단은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니 말릴 수도 말려서도 안 되지만 대통령 비판 전단은 형사처벌하는 것이다. (…) 대통령의 말은 무게감이 있고 믿음이 가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을 대하는 따뜻함이 배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의 말에서 이제는 가식과 오기만 느껴지고, 때로는 무서운 살기마저 느껴진다. 대통령이 변해야 한다. 유능한 대통령이 아니어도 된다. 상식적인 대통령이면 족하다.”
-상식적인 대통령 정도면 족하다(한겨레 기명 칼럼ㆍ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 ☞ 전문 보기
“그는 우리들과 같은 땅 위에 서 있는가. (…) 우리들과 같은 언어로 대화하고 있는가. (…) 대통령과 국민 사이의 거리는 시간이 갈수록 좁혀져야 한다. 그러나 이번 정권은 스스로 멀어지려고 애쓰는 것일까. 대선 때 ‘국민 행복’을 걸었다가 집권 후에는 ‘창조경제’를 앞세웠다. 한동안 ‘국가 개조’를 말하더니 ‘4대 개혁’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비리 척결’에 ‘정치 개혁’까지 들고 나왔다. (…) 어수선한 스토리에 관객들은 극장을 떠나 흩어지고 있다. 성인 영화를 보며 '그래도 언젠가 결정적인 한 방이 터질 것'이라고 참고 있는 소수의 단골 고객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국민은 그래도 무던히 애를 썼다. (…) 숱한 인사 실패를 겪으며 모두들 무덤덤해지고 말았다. (…) 집권당의 기적 같은 연승(連勝) 뒤에는 언제나 ‘웬만한 건 참고 가자’는 인내심 강한 국민이 있었다. (…) 그런 국민의 무덤덤과 인내를 적극 지지로 해석한 것일까. (…) 성완종 파문에서도 측근들의 비리 의혹에는 유감 표명 한마디하지 않은 채 정치 개혁만 강조한 뒤 비행기에 올랐다. 뇌물 영수증을 봐야 사과하겠다는 것인가. (…) 공약을 다 실행하지 못하게 된 것도 사과하지 않았다. 세월호 사고 직후엔 국민이 사과를 기대할 때 하지 않다가 뒤늦게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우리는 ‘미안하다, 죄송하다’는 말을 늘 입에 달고 살지만 사회적 언어를 배우는 학창 시절을 청와대에서 보낸 경우엔 그런 단어는 생략하거나 늦게 해도 된다고 여기는 것일까.”
-얼마나 더 무덤덤해져야 하나(4월 18일자 조선일보 기명 칼럼ㆍ송희영 주필) ☞ 전문 보기
거품은 빠져야 한다. 그도 장사치다. 하지만 이때다 정색하는 경쟁사도 마뜩잖긴 마찬가지.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뉴스룸이 지난 15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경향신문 인터뷰 녹음 파일을 보도한 것을 둘러싸고 JTBC와 경향신문이 정면으로 대립하고 있다. (…) JTBC는 다른 언론사가 취재한 내용을 보도하는 이유로 ‘시민의 알 권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이미 인터뷰 주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고, 경향신문이 녹취록 전문을 공개한 마당에 육성을 직접 보도하는 것이 얼마나 ‘알 권리’에 도움이 됐을지 의문이다. 더욱이 취재 당사자인 경향신문은 물론, 유족까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상황이었다. 언론계에서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언론 윤리를 저버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녹음 파일을 입수한 과정도 그렇다. 이 파일은 경향신문이 검찰에 증거 자료로 제출하는 과정에서 기술자에 의해 유출됐다. 법정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빼돌려진 다른 매체의 취재 자료를 몰래 입수해 보도한 비정상적인 방식이었다. (…) 표절과 도용ㆍ조작ㆍ거짓말은 언론의 기본 윤리와 관련된 사안이다. (…) 손석희 앵커는 초심으로 돌아가 언론 윤리를 다시 돌아봐야 할 것 같다.”
-성완종 녹음 파일 盜用 논란(조선일보 ‘태평로’ㆍ최유식 디지털뉴스본부 취재팀장) ☞ 전문 보기
“‘성완종 게이트’ 불똥이 정치권을 넘어 언론계로 튀었다. (…) 신문사와 방송사 사이에 전운이 감돈다. (…) 다른 언론사가 취재한 녹음파일을 허락 없이 내보낸 것은 용인될 수 없는 행위다. (…) 감춰진 진실을 찾아내고 불법과 불의를 파헤치는 기자들에게는 다른 분야보다 엄격한 직업윤리가 요구된다. (…) 법적인 판단이나 언론 윤리를 떠나 죽은 사람에 대한 한국인의 정서로 볼 때도 언론이 지켜야 할 선을 넘었다. (…) 방송에서 굳이 고인의 녹음된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은 공익적 목적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이런 상업주의의 폐해도 한국 언론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손석희 앵커는 녹음파일 공개에 대해 ‘시민들의 알 권리’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그 말을 믿을 사람은 별로 없다. 차라리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무리를 했다고 말하는 편이 솔직할 것이다.”
-손석희는 ‘높은 시청률’에 웃고 있을까(4월 17일자 동아일보 ‘횡설수설’ㆍ고미석 논설위원) ☞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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